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을 무리하게 등반하던 한 영국인 남성이 위험 경고 표지판을 무시한 끝에 조난을 당했고, 극적으로 구조된 이후 수천만 원대 구조 비용을 물게 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31일 오후 3시 30분경 발생했다. 구조 요청자는 60세의 영국 국적으로, 해발 약 2,500미터에 위치한 바위 산길에 고립된 채 구조를 요청했다. 그는 당시 계속되는 낙석으로 인해 스스로 산을 내려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최근 이상 고온과 잦은 낙석으로 등산로 일부가 폐쇄된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는 악천후 속에서도 구조 헬리콥터 2대를 투입해 이 남성을 구조했다. 구조에 동원된 헬리콥터 비행 시간은 총 93분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비용만 약 1만 1,160유로(한화 약 1,800만 원)에 이르렀다. 구조에 전체적으로 들어간 비용은 약 1만 4,225유로(약 2,289만 원)로, 전액이 조난자에게 청구됐다.
구조대 조사에 따르면, 이 등산객은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명확히 표기된 ‘위험’, ‘등산로 폐쇄’ 등의 안내문을 지나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은 경고 표지판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당국과 구조 인력은 명백한 부주의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돌로미티 지역은 최근 빈번한 산사태와 낙석으로 인한 사고 우려로 출입이 제한된 등산로가 수십 곳에 달했으며, 강력한 경고 조치가 내려져 있었다.
현지 보건당국은 구조 자원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범정부 차원의 구조 시스템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개인의 무리한 행동으로 이를 소비하는 행위는 자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산악 지역을 오를 때는 자연을 존중하고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건은 기후 변화로 산악 지형의 위험도가 상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각심 부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앞으로 유럽 각국에서는 조난 사고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직접 전가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위험 지역 접근에 대한 억제 효과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