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의 핵심 기술인 엔비디아 H200 칩의 중국 수출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칩의 수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관계 부처 간에 이와 관련한 절차적 검토가 진행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과 CNBC는 12월 18일(현지 기준), 미국 상무부가 H200 칩 수출 건에 대해 국무부, 에너지부, 국방부 등 주요 정부 부처에 검토 의견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수출 규정상, 해당 기관들은 30일 이내에 찬반 의견을 제출해야 하며, 이 결과에 따라 수출 허가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H200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최신 AI 반도체로, 인공지능 학습 및 고성능 연산에 특화돼 있어 중국 내 주요 IT 기업들의 수요가 높은 제품이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을 포함한 중국 기업들은 이미 대량 구매를 희망하며 엔비디아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자사 생산량 확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수출 검토를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하원의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인 존 물레나 의원은, 중국에 H200 공급을 허용할 경우 미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확보한 기술적 우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장 데이비드 삭스를 포함한 일부 정부 인사들은, 중국 기업들이 오히려 미국산 칩에 의존하게 하고 독자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 허용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행정부 내부에서는 이번 수출 검토가 단순한 형식 절차가 아닌, 국가안보와 기술 패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언론에 “형식적인 리뷰가 아니라 매우 철저한 검토”라며, 신중한 접근 방침을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경쟁의 향방을 가늠할 척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 반도체 수출이 허용될 경우, 미국 기업은 단기적 수익 확대가 가능하지만, 지정학적·산업적 경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출 통제가 유지될 경우 중국의 자립 개발이 가속화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전략적 우위 유지에도 부담이 따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