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율 관세에도 국내 변압기 업계 '선방'…영향은 제한적

미국 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대상을 확대하면서, 국내 변압기 제조업체들이 하반기 수익 전망을 조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지만,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특정 산업의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것으로, 철강 및 알루미늄 파생 제품에 대해 50%에 달하는 추가 관세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소재를 주로 사용하는 한국 변압기 업계는 수출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8월 19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관세 인상이 변압기 제조사의 이익에 일시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남현 연구원은 "변압기 원가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25~35% 수준으로, 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실질 관세율은 약 27%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세 전가(가격 인상 등을 통해 수입업체나 최종 소비자에게 부담을 넘기는 방식)가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제조사가 비용을 온전히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하반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업계에 미치는 전체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내 주요 변압기 수출 업체인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의 경우, 올해 미국 수출액 가운데 관세 부과 대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3%,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출 대비 관세 부담 증가는 각각 1.5%포인트, 0.9%포인트 수준이다. 이처럼 관세가 매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현재 시장 구조상 초고압 변압기 분야는 공급자 우위(수요보다 공급이 적어 판매자가 협상력을 갖는 구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장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의 올해 2분기 미국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20.2% 급증했으며, 톤당 수출 가격도 24.5% 상승했다. 이는 단순히 수출 물량뿐만 아니라 단가 역시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세 인상분을 일정 부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국내 변압기 업계 전반에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이어질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단기 부담은 불가피하지만, 공급자 우위 구도와 가격 전가 가능성, 그리고 지속적인 수출 증가세를 감안하면, 업계의 근본적인 경쟁력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에 따라 관련 업종에 대해 ‘비중 확대’ 투자 의견을 그대로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