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지만, 아시아 주요 증시는 미국 증시 반등의 영향을 따라 오름세를 보였다. 예상된 수준의 금리 인상이었던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일본은행은 12월 19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의 0.5%에서 0.75% 수준으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일본의 기준금리는 1995년 이후 가장 높아졌다. 일본은 장기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왔고, 이번 조치는 그 기조에서 점차 벗어나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처럼 금리가 낮은 지역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방식)의 청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급작스러운 청산이 이뤄질 경우 글로벌 자산시장에 동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일본은행이 예상 외의 금리 조정을 단행했을 당시,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고 한국 코스피는 하루 만에 8%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인상은 시장 예상 범위 내에서 이뤄졌고, 일본은행도 사전에 금리 조정을 암시해왔던 만큼 투자자들이 이미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달 초 강연에서 "완화 정도를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조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시장은 갑작스러운 충격보다는 예측 가능한 방향성으로 해석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2시 20분 기준, 한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1.01% 오른 4034.83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1.86% 상승한 918.08에 거래됐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1.05%, 일본 닛케이지수는 1.04% 오른 가운데,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0.56%)와 선전종합지수(1.15%)도 동반 상승했다. 간밤에 마감한 미국 뉴욕 증시 주요 지수들이 반등한 점도 아시아 증시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일본의 금리 인상은 엔화 강세를 유도하고, 일본 외 해외시장에 유입된 엔화 자금 흐름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유동성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통화당국이 점진적 조정 기조를 지속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시장은 향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방향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 등의 주요 통화당국 정책 신호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