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국내 증시는 오히려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는 시장이 이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한 가운데, 예상보다 완만한 추가 인상 기조가 확인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결과로 해석된다.
19일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이는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나온 조치로, 일본의 초저금리 기조에 소폭 변화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이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금융시장 전반의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이날 정오 일본 금리 인상 발표 전후 코스피는 오히려 상승폭을 키우며 4,000선을 회복했다.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론상으로는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자산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 엔화는 그동안 주요 외환시장과 자산시장 내 ‘캐리 트레이드’ 자금 원천으로 활용돼 왔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인데, 일본은 낮은 금리를 유지해온 만큼 국제 투자자들이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고금리 자산에 넣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 금리가 올라가면 이 같은 거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반영된 측면이 크다. 이미 일본은행 고위 인사들의 연설 등에서 금리 인상 시그널이 나왔으며, 일본 주요 언론인 닛케이신문도 하루 전 “일본은행이 올해 금리 인상 이후 내년에도 긴축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상은 대부분 예상된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며, 추가 인상 역시 완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대대적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DB금융투자 박성우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전반의 안정세를 언급하며, “엔 캐리 자금이 급격히 회수되려면 달러·엔 환율 급락이나 미국 경기 침체 같은 충격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현 상황에선 극단적 변동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방향과 미국 경제의 향방에 따라 조금씩 조정될 수 있다. 일본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거나 미국의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자산시장의 투자 포지션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 당분간은 긴축 속도와 경기 전망 간의 균형 여부가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