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석유화학단지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금융 지원 논의가 계획보다 늦춰지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 어떤 설비를 얼마만큼 감축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채권단의 지원 검토도 본격적으로 착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여수산업단지의 여천엔씨씨(NCC) 3공장 폐쇄가 결정되면서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롯데케미칼과 여천엔씨씨 간 중복되는 설비들을 통합·조정하는 방향까지 더해지면서, 전체적인 사업재편안도 도출된 상태였다. 그러나 실제로 감축 대상이 되는 설비나 공장의 범위가 확정되지 않아 채권단 간 자율협의회 소집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수산단에서 거론되는 추가 구조조정 대상으로는 여천엔씨씨 1·2공장,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등이 있다. 하지만 어떤 공장을 추가적으로 폐쇄할 것인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산업은행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안도 한때 검토됐다. 다만 기업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산은은 해당 논의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와 같은 진행 지연은 채권단 측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설 감축 규모와 대상이 어느 정도라도 윤곽이 잡혀야, 금융지원 실사 자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사업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선, 어떤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검토조차 시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올해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됐던 여천엔씨씨 외에 울산 산업단지 내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 역시 유사한 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에쓰오일,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등이 공동으로 재편안을 제출했지만, 특히 올해 가동 예정인 에쓰오일의 신규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의 시장 반응을 고려한 조율이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지원 요청이나 채권단 논의도 이 같은 사전 조율이 끝난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경우 자율협의회가 선제적으로 소집됐고 현재 채권단의 실사가 진행 중이다. 빠르면 다음 달 설 연휴 무렵에는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 방향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구조조정 논의가 얼마나 구체화됐느냐에 따라 금융 지원 속도도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여수산단은 물론 국내 석유화학 전반의 산업 재편 속도와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조조정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채권단의 지원도 지연될 수밖에 없고, 이는 궁극적으로 산업 전반의 회복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