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개발도상국의 1차 에너지 수요가 현재현실 경로에서 2060년까지 6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증가분은 155EJ로, 중국 한 나라의 에너지 소비를 추가하는 규모다.
S&P 글로벌은 17일 발표한 ‘다차원적 글로벌 에너지 경로’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가 정의한 신흥시장·개발도상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약 150개국이며, 이번 집계에서는 중국을 제외했다.
S&P 글로벌은 멕시코·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나이지리아·이집트·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등 12개국을 별도로 분석했다. 인구 증가와 도시화, 산업화, 소득 상승, 전력 접근성 개선이 수요 증가를 이끄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선진국과 중국의 장기 에너지 수요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동안 신흥시장·개발도상국이 세계 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현실 경로에서 세계 1차 에너지 수요는 2040년까지 72EJ, 2060년까지 161EJ 늘어난다.
배출감축 경로에서는 선진국과 중국의 수요 감소가 신흥시장·개발도상국의 증가분을 상쇄해 세계 에너지 수요가 2060년까지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같은 수요라도 정책과 기술 전환 속도에 따라 세계 전체의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다.
현재현실 경로에서 화석연료 비중은 현재 약 80%에서 2060년 약 60%로 낮아질 수 있다. 다만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화석연료의 완전한 퇴출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석유 수요는 2025년 하루 1억100만 배럴에서 2060년 하루 9300만 배럴로 소폭 줄어든다. 천연가스 수요는 2060년까지 3분의 1 이상 늘고, 석탄 수요는 40% 감소하지만 신흥시장에서는 저비용·안정적 전력원으로 남을 수 있다고 분석됐다.
배출감축 경로를 적용하면 2060년 세계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는 현재의 8배, 신흥시장·개발도상국에서는 18배로 늘어야 한다. 이 경로에서 태양광과 풍력은 2060년 세계 전력의 73%를 공급하고 배터리 저장 용량은 25배 증가한다.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이 발전량의 50~60%를 넘으면 계통 통합 비용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발전·저장·송전·배전망에 필요한 누적 투자액은 2060년까지 50조달러(약 6경8450조원)로 추산됐다.
대니얼 예긴(Daniel Yergin) S&P 글로벌 부회장은 에너지 수요 증가가 재생에너지 하나의 공급원으로 충족되지 않고 여러 에너지원의 병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확대와 탈탄소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비용이 함께 쟁점이 된다는 설명이다.
S&P 글로벌은 현재현실 경로에서 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이 약 2.8도 상승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에너지 수요와 정책 조건을 반영한 시나리오 분석으로, 확정된 기온 예측은 아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은 선진국과 중국의 전력망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다만 S&P 글로벌은 장기적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에 따른 에너지 수요가 더 큰 변수라고 평가했다.
앞서 S&P 글로벌은 별도 전력 부문 자료에서 2024~2040년 신흥시장에 매년 620TWh의 추가 전력 공급이 필요하고, 중국과 인도가 이 가운데 465TWh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이번 2060년 에너지 수요 보고서와는 별도의 전망 자료다.
같은 별도 자료는 2040년까지 신흥시장에서 5800GW 규모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개발되고 관련 투자액이 5조1000억달러(약 698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 수요 증가를 감당하려면 발전원 확대와 전력망 투자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와 전력망 병목 문제는 대규모 AI 랙 확산으로 전력망 부담이 커지는 현상과도 이어진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가상자산 시장이나 비트코인 채굴 전력 수요를 직접적인 분석 대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S&P 글로벌은 이번 연구가 Amazon Web Services, Aramco, PETRONAS, Pipeline Infrastructure Limited, Woodside Energy의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분석과 결론에 대한 책임은 S&P 글로벌에 있다고 명시했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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