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Wizards of the Coast)가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로 잘 알려진 스티그 아스무센(Stig Asmussen)의 게임 스튜디오 '자이언트 스컬(Giant Skull)'과 새로운 던전 앤 드래곤(D&D)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협력에 나섰다. 이번 프로젝트는 해즈브로(Hasbro) 산하의 위저즈가 디지털 게임 퍼블리싱 역량을 본격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첫 가시적인 성과다.
자이언트 스컬은 2023년 설립된 신생 스튜디오로, 언리얼 엔진5 기반의 새로운 AAA급 싱글플레이 게임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스무센은 이 게임의 핵심이 되는 근접 전투 시스템과 탐험 중심의 설계 철학이 D&D 세계관과 완벽히 어우러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와 위저즈 디지털 게이밍 총괄 존 하이트(John Hight)는 초기 단계부터 협업을 논의해 왔으며, 주도면밀한 기획과 개발 로드맵을 기반으로 계약이 성사됐다.
하이트는 블리자드에서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를 총괄했던 베테랑 개발자 출신으로, 위저즈의 디지털 게임 전략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프리미엄급 게임을 매년 1~2편씩 출시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자이언트 스컬과의 협업은 이러한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첫걸음이다.
위저즈는 이번 D&D 신작 외에도 북미 내 여러 스튜디오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 중이다. 오스틴의 아키타입 엔터테인먼트는 SF RPG '엑소더스(Exodus)'를 제작 중이며, 캐나다 몬트리올의 인보크 스튜디오는 마법 기반의 또 다른 D&D 게임에 착수했다. 이외에도 GI 조 세계관을 다룬 액션 프로젝트, 공포와 서스펜스를 결합한 서스펜스 게임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D&D IP의 확장 가능성은 최근 '발더스 게이트3'의 성공 사례에서 입증된 바 있다. 이번 신작 개발은 CRPG 팬뿐 아니라 테이블탑 게이머, 더 폭넓은 일반 게이머까지 포섭하는 흐름에서 출발한다. 아스무센은 "우리 팀은 액션 어드벤처 RPG에 특화되어 있고, 우리가 설계한 전투 시스템과 세계관이 D&D에 매우 잘 맞아떨어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자이언트 스컬의 팀 규모는 약 35명으로, 당분간 소규모 중심 개발 전략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직적 완성도(vertical slice)가 확보된 후에야 팀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몸집을 불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게임이 내는 감정의 밀도"라며 "가슴을 울리는 게임, 영혼이 살아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이트 역시 자이언트 스컬의 데모를 직접 시연한 뒤 계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컨트롤러를 잡자마자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느꼈다는 소감을 전하며, "이런 경험은 흔치 않다. 초반 감각만으로도 대작의 가능성이 보였다"고 말했다.
예산 측면에서도 위저즈는 '프리미엄 게임'을 위한 충분한 투자를 기획하고 있다. 무제한적인 개발 투자가 아닌, 검증된 데이터와 일정 기반으로 설계된 현실적인 프로덕션이 핵심이다. 아스무센은 "우리는 허울뿐인 야심보다 본질에 집중한다. 하나하나 철저하게 검증된 기준으로 게임을 다듬어 가고 있다"며 개발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결국 이번 협업은 개발 철학과 IP 활용 전략, 실행력이 삼박자를 이루며 게임 업계에 또 하나의 'D&D 신화'를 써 내려갈 가능성을 암시한다. 위저즈는 대형 스튜디오 못잖은 정교함을 갖춘 자이언트 스컬과 함께,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장르적 실험과 독창성으로 플레이어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