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수수료 90% 급감…거래는 쉬워졌지만, 그 이면은 불안하다

최근 비트코인(BTC) 네트워크의 최소 거래 수수료가 사실상 90% 넘게 하락했다. 1sat/vByte 수준이던 수수료가 불과 며칠 사이 0.1sat/vByte까지 내려앉으면서, 사용자들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히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고 본다. 채굴자 보상이 흔들리면 네트워크 안정성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수수료 하락은 과연 새로운 효율성 시대의 서막일까, 아니면 수요 위축에 따른 시스템 경고일까.

■ 수수료 0.1sat/vByte로 급감…mempool서도 확인

블록체인 탐색기 ‘mempool.space’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0.1sat/vByte 수수료로 제출된 거래가 정상적으로 처리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1sat 이하 거래는 사실상 성사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저수수료 거래가 블록에 포함되고 있다.

수수료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거래 수요 감소가 꼽힌다. 블록을 채울 만큼의 거래가 충분하지 않자, 채굴자들이 낮은 수수료라도 받아들여 블록을 채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채굴자들, '포로의 딜레마'에서 벗어나다

암호화폐 리서치 기관 프로토스(Protos)는 이번 수수료 하락을 채굴자들의 게임이론적 선택으로 분석했다. 과거에는 높은 수수료만을 수용해 블록을 구성하려는 일종의 ‘포로의 딜레마’ 상황이 지속됐으나, 블록이 비게 되자 현실적인 타협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제 채굴자들은 낮은 수수료를 감수하고라도 거래를 블록에 포함시켜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시스템이 허용하는 최저 수준의 수수료 거래가 하나둘씩 처리되면서, 이러한 선택이 새로운 시장 규범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 사용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소액 송금 부담 완화

일반 사용자들은 수수료 하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Mandrik은 “0.1sat 이하 수수료 거래가 mempool에 보이는 것이 반갑다”며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쓰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송금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수수료가 낮아지면 소액 결제의 문턱이 낮아지고, 실사용 사례 확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특히 일상적 거래에 비트코인을 사용하려는 시도에 있어 큰 장애물 중 하나가 해결된 셈이다.

■ 그러나 채굴자 수익 감소…보안 리스크는 여전

하지만 낙관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비트코인의 보안은 ‘해시레이트’와 직결되며, 이는 채굴자들의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된다. 채굴 보상이 줄어들면 해시파워가 감소하고, 이는 네트워크의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비트코인은 4년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럴수록 수수료 수익의 비중이 중요해지는데, 현재처럼 수수료가 급감하면 장기적으로 네트워크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비트코인의 본질 다시 묻는다…‘결제수단’인가, ‘디지털 금’인가

이번 사태는 비트코인의 기능적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는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며 실사용 기반 강화를 촉구했다.

반면, Optiminer CEO 스콧 노리스는 “비트코인은 이미 디지털 금으로 진화했다”며, “사람들은 이를 지불 수단으로 쓰기보다는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수수료 구조가 그 역할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