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 분석기관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비트코인의 적정가격 산정을 위한 평가 프레임워크인 ‘타이거 밸류에이션 모델(TVM)’을 공개했다. 온체인 데이터와 네트워크 펀더멘털, 매크로 경제환경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비트코인의 본질가치에 가까운 이론적 가격을 제시하는 이 모델은 암호화폐 시장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등장 이후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적정 가격 산정에 있어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다. 전통 자산의 가치 평가 방식이 암호화폐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웠고, 시장참여자들의 판단은 감정, 뉴스, 차트 패턴에 의존해왔다. 이에 타이거리서치는 암호화폐가 성숙한 자산군으로 자리잡은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만의 특성을 반영한 정량적 평가 체계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TVM을 개발했다.
TVM은 비트코인의 가격을 ‘기준가격(Base Price) × 펀더멘털 보정계수(Fundamental Indicator) × 매크로 보정계수(Macro Indicator)’의 형태로 정의한다. 기준가격은 시장의 탐욕과 공포를 걷어낸 현재의 정당한 가격으로, MVRV-Z Score, aSOPR, NUPL 세 가지 온체인 지표를 기반으로 산출된다. 실제 거래 데이터를 활용하는 이 지표들은 과매도 혹은 과매수 상태를 식별하는 데 유효하며, 투자자들의 평균 손익 상태와 실제 거래 행동을 반영해 정량화된 ‘중립적 가격’의 도출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TVM은 네트워크 활동을 반영한 펀더멘털 보정단계를 수행한다. 여기에는 비트코인 트랜잭션 건수, 자산 전송량, 신규·활성 사용자의 수치가 포함되며, 메트칼프의 법칙처럼 네트워크 효용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분석된다. 특히 최근 비트코인 생태계 내 BTCFi(비트코인 기반 탈중앙화 금융)의 성장세가 본격화되며 이 요소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외부 거시경제 요인을 고려하는데, ▲글로벌 유동성(M2), ▲ETF를 통한 기관 자금 유입, ▲규제·생태계 환경이 주요 변수다. 비트코인 가격은 과거에도 전통 금융의 유동성 급증이나 축소에 극단적으로 반응해왔고, 2024년 미국 현물 ETF 출시는 약 1,350억 달러 이상의 기관 자금 유입을 견인하며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을 야기했다. 이 외에도 규제 명확성은 투자 심리의 큰 변수가 되며, 비우호적 환경은 신뢰 디스카운트를 유발하고 우호적 환경은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TVM 모델은 극단적 뉴스나 시장 충격에도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펀더멘털 계수는 ±10%, 매크로 계수는 ±40% 범위 내에서만 가중치 조정이 허용되어 시장 노이즈를 걸러내고 안정적인 추정치를 제공한다. 실제로 2022년 FTX 파산 당시, 시장 패닉 속에서도 TVM이 산출한 비트코인의 적정가는 16,170달러로, 결국 해당 연도 말 실제 저점 15,000달러와 7% 내외의 차이를 기록하며 모델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타이거리서치는 이처럼 복합적이고 상호작용적인 비트코인의 가치형성 구조를 정량화했다는 점이 TVM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TVM 모델은 감정이나 추정이 아닌 실거래 기반 데이터와 기관 행동패턴까지 반영해 기존 기술적 분석 중심 시장에 새로운 판단틀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에 적용 가능한 정량적 평가모델 부재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이 FOMO(기회상실공포)나 FUD(불확실성공포) 등 비이성적 감정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TVM은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일관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공통 기준점으로 기능할 수 있을 전망이다.
비트코인이 점점 전통 금융시장과의 상관관계를 강화해가는 상황에서, TVM은 단순한 가치 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향후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과 시장 검증을 통해 해당 모델이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제도화 흐름 속 중심적 분석 프레임워크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타이거리서치는 향후 ETF 유동성 흐름, 온체인 트렌드 변화 등을 TVM에 지속적으로 반영해 모델의 정밀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