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를 꿈꾸던 이상주의적 사회 구상이 현실에서는 오히려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억압하는 디스토피아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래의 디지털 사회, 특히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이 같은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각자의 가치관에 맞춘 '맞춤형 유토피아'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유토피아 사상이 추구한 세계는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이상 사회였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동일한 행복을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는 방식은 오히려 다수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조지 오웰의 '1984'와 같은 고전 소설 속 디스토피아는 표면적으로는 풍요롭고 안정된 세계지만, 실상은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통제하는 모습으로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들은 유토피아를 달성하고자 만든 제도들이 오히려 정상적 사고와 판단을 억누르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사회에서는 무엇이 이상적인 공동체인가에 대한 정의 자체가 모호해졌다. 다양한 문화, 개성, 취향이 인정받는 흐름 속에서 획일적인 목표에 기반한 공동체는 오히려 부적응과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과거의 유토피아 개념이 더 이상 보편성을 갖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현대인의 행복은 집단보다 개인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관점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변화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메타버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국적이나 인종, 사회 계급 등에 구속되지 않고, 다양한 디지털 정체성을 선택해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메타버스 환경은 기존의 고정적 사회 구조와는 전혀 다른 유연성 기반의 사회 형성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디지털 공간에서는 각자가 선호하는 공동체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며, 필요하면 언제든 다른 삶의 방식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메타버스는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을 중심에 두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이상 '하나의 유토피아'가 아닌 '여러 개의 유토피아'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어떤 사람에게는 통제가 불편할 수 있고 다른 이에게는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방식이 모두 인정받는다. 다시 말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보편 개념이 아닌 상대적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디지털 사회가 점점 진화하면서 더욱 다양화될 전망이다. 메타버스에서 각각의 개인은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선택하며, 타인에게 간섭받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유토피아는 물리적 공간에서의 실현이 어려웠지만, 미래 디지털 사회에서는 개인의 취향과 가치를 반영한 다중 유토피아의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