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들의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지만, 거래 투명성으로 인한 보안 취약성이 여전히 큰 우려로 지적되고 있다. 프라이버시 블록체인 프로젝트 알레오(Ale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프라이버시 결제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기관 투자자들은 온체인 보안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알레오가 발표한 ‘프라이버시 갭 보고서’는 기관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거래에서 프라이버시 보장이 어떻게 결여돼 있는지를 상세하게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금융 기관과 주요 거래소는 수조 원 규모의 자산을 체인 위에서 주고받고 있지만, 이 대부분이 ‘완전히 공개된 네트워크’에서 이뤄지고 있어 경쟁사나 악성 행위자들에게 거래 흐름이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월간 기준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약 1조 2,500억 달러(약 1,250조 원)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프라이버시 기반 결제에 사용된 비율은 불과 0.0013%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는 약 6억 2,440만 달러(약 624억 원) 수준으로, 거래 대부분이 추적 가능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미국 정부 관련 압수 자금 2억 2,550만 달러(약 2,255억 원)를 포함한 최소 3억 2,000만 달러(약 3,200억 원) 규모의 정부 간 자금 이동이 추적 가능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기준으로는 윈터뮤트(Wintermute) 같은 기관 마켓메이커가 673억 4,000만 달러(약 67조 3,400억 원)에 달하는 거래를 수행했고, 단 하루에만 7만 건 이상의 거래가 모두 온체인에 공개됐다.
이러한 투명성은 단순한 정보 문제가 아니다. 경쟁사들이 거래 흐름과 유동성 전략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의 거래 전략과 리밸런싱 시점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 알레오는 특히 이 같은 위협이 이더리움(ETH) 등 높은 투명성을 갖춘 네트워크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이를 악용해 거래 전 선점하는 '프론트 러닝'과 시장 조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레오는 "프라이버시 인프라 없이는 기관의 온체인 도입은 보안 개선이 아니라 노출 확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에 부합하는 프라이버시 보호 결제 시스템이 이미 일부 등장하고 있으며, 향후 전체 거래의 2~5%인 약 10억~25억 달러(약 1조~2조 5,000억 원)가 이 시스템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암호화폐가 본격적으로 기관화되고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프라이버시와 투명성 사이 균형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의 개방성과 금융 산업의 비밀 보호 요구 사이에서 어떤 기술적 절충이 실현될지에 따라 향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진화 방향이 갈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