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벤처 생태계, 1조 돌파한 핵융합 투자부터 AI·핀테크까지 '자금 러시'

이번 주 미국 벤처 생태계에서는 핵융합 에너지, 핀테크, 바이오테크부터 자율항해 기술까지 다양한 산업에 걸쳐 총 10건의 의미 있는 투자 라운드가 발표됐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거래는 커먼웰스퓨전시스템(Commonwealth Fusion Systems)의 초대형 자금 유치였다. 이 매사추세츠 소속 스타트업은 무려 8억 6,300만 달러(약 1조 2,440억 원)를 투자받아 핵융합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커먼웰스퓨전시스템은 시리즈 B2 라운드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상업용 핵융합 발전 기술의 상용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투자자 명단에는 엔비디아(NVDA)의 벤처 부문인 NVentures를 비롯해 다양한 전략적 파트너가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최초로 상업 발전 가능한 핵융합 시스템을 선보일 가능성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세인트루이스 기반 면역항암제 기업 우겐(Wugen)이 1억 1,500만 달러(약 1,66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CAR-T 세포를 활용한 T세포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이 회사는 피델리티가 주도한 이번 투자금으로 임상시험 가속화에 나설 계획이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레인(Rain)이 5,800만 달러(약 835억 원)를 유치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이 스타트업은 시리즈 A를 마친 지 5개월 만에 시리즈 B 투자로 총 누적 자금 8,850만 달러(약 1,275억 원)를 기록하게 됐다.

국방 기술 영역에서도 강한 성장 신호가 나타났다. 무인함정 시스템을 제작하는 블루워터 오토노미(Blue Water Autonomy)는 구글(GOOGL)의 GV가 주도한 시리즈 A에서 5,000만 달러(약 720억 원)를 확보했다. 이 자금은 향후 장거리 무인 선박의 생산과 배치에 쓰일 예정이다.

헬스 AI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기업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어소트헬스(Assort Health)는 5,000만 달러(약 72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7억 5,000만 달러(약 1조 800억 원)를 인정받았다. 병원 전문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AI로 자동화하는 이 기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반도체 설계에 활용되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개발하는 오픈라이트(OpenLight)도 시리즈 A를 통해 3,400만 달러(약 490억 원)를 조달했다. 주요 투자자는 조라 이노베이션과 캐프리콘 인베스트먼트 그룹이다.

핀테크 플랫폼 아토믹(Atomic)도 성장 자금을 확보하며 3,000만 달러(약 430억 원)를 유치했다. 이 외에도 AI 기반 CRM으로 고객의 관심을 모은 오라셀(Aurasell),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리얼 테라퓨틱스(Leal Therapeutics) 역시 각기 3,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마지막으로 가전 제품에 배터리 저장 기술을 접목한 커퍼(Copper)는 프렐류드 벤처스 주도로 2,800만 달러(약 400억 원)를 확보했다. 이 스타트업은 ‘찰리’라는 이름의 배터리 결합형 오븐을 첫 제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투자 규모는 커먼웰스퓨전시스템을 제외하면 비교적 완만한 수준에 그쳤지만, 전방위 산업에 걸친 자금 유입은 여전히 미국 벤처 생태계의 진화를 보여주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AI, 반도체, 자율기술이 공통 키워드로 등장한 이번 주 투자 흐름은 향후 벤처 투자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실릴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