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CEO는 규제의 명확성과 제도권의 본격 참여로 암호화폐가 주류화의 문턱에 섰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텅 바이낸스 CEO는 8일 피알브릿지 라운지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세미나(BBS)'에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주요 흐름과 국내외 사업 전략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계지식포럼과 사이버서밋 행사 참석차 방한한 그는 암호화폐는 금융이 가진 오랜 문제에 대한 해법이라며 규제 명확화와 기관 참여가 암호화폐의 대중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차드 텅은 "30년 넘게 금융업에 몸담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금융 포용성의 부족이었다"며 "세계 인구의 80%는 은행 시스템이나 국내 결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고 500달러 이하 소액 해외송금은 특히 비용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바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며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이 기술의 존재 이유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 은행들,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 월마트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이라면서 가맹점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시스템보다 더 우수한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에는 대금을 받기까지 30일, 60일, 심지어 90일도 걸렸지만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의 우수성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협업을 요청하고 있으며 글로벌 은행들과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사용, 암호화폐 활용은 앞으로 급속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글로벌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파트너십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바이낸스는 이미 공개된 서클과의 협업뿐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지역, 현지 파트너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한국 관련 협업 내용도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암호화폐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던 2017년부터 암호화폐가 주류 금융으로 자리잡기 위해 이용자 신뢰를 위한 명확한 규제와 가격 안정을 위한 기관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이 같은 조건들이 이제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낸스 CEO는 "2017년 설립 당시 암호화폐 채택률은 1% 미만이었고 기관들은 이를 일시적 유행이나 사기라고 치부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24년이 규제 명확성이 제고되고 당국의 집행력이 강화되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한 해였다"며 "ETF 승인으로 리테일 참여도 확대됐고 블랙록과 HSBC 등 기존에는 회의적이던 금융기관들이 강력한 지지를 보내며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전 세계 규제 당국이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규제와 기관 참여 확대를 바탕으로 현재 7.5% 수준인 글로벌 암호화폐 채택률은 상당히 빠르게 17%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세계 최대 경제이자 금융 시장인 미국의 정책 변화가 주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의 크립토 수도이자 AI 허브'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며 "이 두 가지는 앞으로 모든 산업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산업 변화에 대응해 거래소 역시 규제 준수와 법집행 협력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리처드 텅은 "바이낸스는 전 세계 21개국에서 규제 승인을 받은 가장 규제 친화적 거래소"라며 "전체 인력의 22%에 해당하는 1400명이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글로벌 규제 당국과 협력해 새로운 규제 틀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블록체인은 화폐와 달리 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만큼 바이낸스가 이를 위해 법집행 기관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 법집행 기관들로부터 6만4000건의 범죄 관련 요청을 받았고 싱가포르와 홍콩, 태국, 유럽 등지의 경찰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시장에 대한 견해도 전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경제 중 하나"라며 "암호화폐에 노출된 인구 비율이 높고 정부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와 규제 당국이 명확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지하며 기업과 개인 채택이 모두 확대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바이낸스는 세계 최대 거래소이자 생태계로서 한국이 글로벌 암호화폐 허브로 도약하는 데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거래소 인수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고팍스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지만 관련 규제 당국과 기존 주주들의 명확한 승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상업적 기업인 만큼 주주와 이사회에 책임이 있고 투자에는 항상 규제적 확실성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국 내에서 추가 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며 고팍스를 기반으로 더 많은 국내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거래소와 바이낸스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 거래소들이 이용자 보호를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존중하며 문화, 현지 참여와 소통 방식에 대해 항상 배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바이낸스의 차별성으로는 "글로벌 거래소로서 가장 깊은 유동성과 낮은 스프레드를 통해 사용자 비용을 낮추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현재 전 세계 2억9천만 명의 이용자가 플랫폼을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고 수준의 보안과 서비스, 자산 보호를 제공하며 바이낸스 알파, 웹3 지갑, 바이낸스 스퀘어 등 혁신적 기능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본사 위치, 창립자 창펑 자오와의 관계 등 남아 있는 거래소의 핵심 질문들도 제기됐다. 본사 위치에 대해서는 "이사회와 운영진이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규제뿐 아니라 세금, 비자 지원, 임원진의 거주 문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결정되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창펑 자오의 관계 및 복귀 가능성에 관해 묻는 질문에는 "CZ는 바이낸스의 주요 주주로서 이사 임명과 경영진 임명 권한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모든 기업의 주요 주주가 가지는 권리와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바이낸스는 CEO 중심 구조에서 이사회 중심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며 "7명의 이사회 멤버와 독립 의장을 두고 강력한 거버넌스를 구축했으며 경영진은 이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전략을 수립하고 나 또한 CEO로서 이사회에 보고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날 비트코인 가격 관련 질문에도 답변했다. 그는 "올해 가격은 예측하지 않겠다"면서도 "2024년 초 4만 달러였던 비트코인이 연말에는 8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맞았다"며 "2025년은 규제 명확성, ETF 승인, 그리고 상장사들의 암호화폐 보유 전략 확산을 기반으로 작년보다 더 좋은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