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는 이번 결합이 현실화될 경우,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을 통한 글로벌 상장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유진투자증권 조태나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두나무와 네이버 간 합병 및 지분 스왑이 이뤄질 경우,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합병법인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며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모두에게 최고의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16조원, 네이버파이낸셜을 4조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른 합병 비율은 각각 80% 대 20% 수준으로 추정되며, 송 의장의 두나무 지분(25%)은 합병법인 기준 약 20% 지분으로 환산된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69%를 보유하고 있어, 합병 시 13.8%의 지분을 갖게 된다.
글로벌 상장 겨냥한 지배구조 개편
업계는 이번 논의가 단순한 계열사 확대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증시 상장을 염두에 둔 지배구조 재편의 서막으로 보고 있다.
조 연구원은 “복잡한 절차와 규제 리스크, 재상장 심사 부담 등을 감안하면, 단순한 지분 스왑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두나무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도 단독 상장보다 합병 후 글로벌 상장이 더 높은 기업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합병이 이뤄질 경우, 기업가치는 현재보다 최소 1.5~2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연구원은 “합병법인의 기업가치는 최대 40조~50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두나무 단독 상장 시 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한국판 슈퍼앱’ 탄생 가능성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합병이 단순한 M&A를 넘어, 네이버의 금융·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역량과 두나무의 가상자산 기술력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슈퍼앱’이 출현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두나무는 업비트를 중심으로 NFT 플랫폼, 증권형 토큰(STO), 블록체인 메인넷 등 다각도의 서비스를 확장해 왔으며, 네이버는 웹툰·커머스·페이 등 사용자 기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가상자산과 콘텐츠, 결제가 연결된 통합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변수는 규제와 주주 설득
다만 합병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금융당국의 규제 여부가 핵심 변수다. 가상자산 업체와 금융 플랫폼 간 결합은 국내에서 전례가 드물고, 금융소비자 보호와 공정거래 이슈가 동반될 수 있다.
또한 합병 비율을 둘러싼 주주 간 이견이나, 상장 전략에 대한 의견 차이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 등 네이버파이낸셜 주요 주주들의 입장 정리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시장의 시선…“게임 체인저 될 수도, 거품일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한국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나무와 네이버의 결합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한국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이 근본적 사업 역량 강화 없이 추진될 경우, 밸류에이션 거품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이번 논의가 실현될 경우, 네이버는 새로운 금융·투자 플랫폼 구축의 전기를 마련하고, 두나무는 국내 규제 환경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확보하게 된다. 성사 여부에 따라 국내 ICT 및 가상자산 업계의 향후 판도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