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블록체인 리서치 기관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체인 파편화로 인해 유동성이 비효율적으로 분산되고 고비용 구조가 심화되는 가운데, 에버클리어(Everclear)의 클리어링 인프라가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브릿지 중심의 자산 이동 메커니즘을 상계 중심으로 구조 재편하며, 유동성 관리 효율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타이거리서치는 디지털 자산 산업이 멀티체인 구조로 확장되며 현재 400개 이상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난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유동성은 각 체인에 분산되고, 사용자나 서비스 제공자는 교차 체인 거래 시 높은 수수료와 복잡한 리밸런싱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체인 추상화 기술이 등장했지만, 실질적인 구조 개선보다는 비용 전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타이거리서치의 진단이다. 브릿지에서 솔버, 솔버에서 거래소 및 마켓메이커로 전가되는 이러한 부담은 결국 사용자에게 돌아간다는 것.

에버클리어는 이 같은 비효율을 ‘상계’ 개념으로 해소하고 있다. 전통 금융의 청산(Clearing) 시스템처럼, 다수의 교차체인 거래를 상계해 정산 자산을 최소화함으로써 실제 자산 이동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구조다. 예를 들어, 디파이 서비스 라이노파이(Rhino.fi)는 에버클리어 도입 이후 불필요한 자산 이동을 줄여 리밸런싱 비용을 무려 97%까지 절감했고, 정산 시간도 최대 일주일에서 30분으로 단축했다. 이 같은 성과는 타이거리서치 리포트를 통해 확인됐다.

효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에버클리어의 누적 거래량은 연초 대비 100배 증가한 2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월간 처리량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 현재 총 23개 체인을 지원하며 연내 40개 체인으로 확장할 예정으로, 파편화가 심화될수록 상계 가능 거래가 많아져 이점이 더욱 부각되는 구조다. 특히 브릿지, 거래소, 마켓메이커 등 멀티체인 환경에서 자금을 자주 이동시켜야 하는 주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스테이블코인 시대와 맞물리며 더욱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USDT, USDC부터 PYUSD, MUSDC, 그리고 유로, 엔화, 원화 기반 로컬 스테이블코인까지 다양한 화폐 단위의 안정화 토큰이 서로 다른 체인에서 운영되며 또다른 파편화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버클리어는 이러한 스테이블코인 간 거래를 일괄 정산하거나, 컨소시엄형 기축 토큰을 통한 통합 청산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에버클리어가 과거 비자(VISA)가 결제 인프라를 혁신한 것처럼, 크로스체인 및 스테이블코인 청산 분야에서 표준 인프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디파이, CEX, RWA 등이 온체인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는 환경에서, 자산 상계를 통해 유동성 활용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클리어링 인프라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에버클리어는 단순한 크로스체인 툴을 넘어 멀티체인 시대의 핵심 구조 전환을 이끄는 클리어링 레이어로 진화 중이다. 체인과 자산이 늘어날수록 가치가 오히려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 구조 속에서, 에버클리어는 차세대 블록체인 인프라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 타이거리서치의 종합적인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