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멀티체인 생태계의 파편화가 블록체인 산업의 심각한 비효율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클리어링 레이어’ 개념을 도입한 에버클리어(Everclear)를 제시했다. 특히 디파이 및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에버클리어의 활용 가치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현재 블록체인 인프라 시장은 스트라이프, 서클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들이 자체 체인을 구축하면서 무려 400개 이상의 블록체인이 공존하는 극단적인 파편화 상태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유동성은 세분화되고 운영 복잡성은 급증하고 있으며, 체인 간 브릿지를 통한 자산 이동 과정에서는 최대 3%에 달하는 수수료가 발생하고 있다. 체인 추상화 기술이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지만, 수수료와 리밸런싱 부담은 솔버와 거래소 등 참여자 간에 '떠넘기기' 형태로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타이거리서치는 이 같은 시스템 전체의 비효율성이 기존 인프라 경쟁의 부작용으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에버클리어는 이러한 구조적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전통 금융의 클리어링 방식을 탈중앙 생태계에 도입했다. 다수의 거래를 상계(Netting)해 자산의 실제 이동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필요 이상으로 분산된 자산의 리밸런싱을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솔버, 마켓메이커, 거래소 등 체인 간 자산 유통과 재조정을 담당하는 핵심 참여자들이 주로 클리어링 프로세스에 참여하고 있다.
그 효용성은 데이터로 입증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에버클리어를 도입한 크로스체인 유동성 플랫폼 라이노파이(Rhino.fi)는 상계를 통해 97%의 리밸런싱 비용을 줄였으며, 거래 정산 시간 또한 수일부터 30분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클리어링 수수료는 0.2bps에 불과해, 기존 브릿지보다 효율성과 비용 측면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에버클리어의 누적 거래량은 연초 대비 100배 증가한 20억 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플랫폼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규제 명확성과 결제 수단으로서의 활용 확대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게 유통량과 사용 빈도를 늘리고 있지만, USDT, USDC, PYUSD 등 다수의 스테이블코인이 체인별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또 다른 파편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에버클리어는 상계 및 정산 허브로 기능하며, 단일 기축통화 또는 컨소시엄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해 결제 시스템 통합까지도 가능하게 한다.
비유하자면, 과거 비자(VISA)가 세분화된 오프라인 결제 네트워크를 통합하며 글로벌 결제 혁신을 이끌었던 사례처럼, 에버클리어는 디지털 자산 세계에서 결제 인프라화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디파이, RWA(현실 자산 토큰화) 시장으로까지 확장성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더 큰 시장 기회가 예상된다.
에버클리어의 전략적 이점은 파편화가 심해질수록 더욱 강화되는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다. 체인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교차 거래와 상계 대상이 폭증하기에, 클리어링 시스템은 필수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현재 23개 체인을 지원 중인 에버클리어는 연내 40개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며, 점진적으로 중앙화 거래소까지도 연결을 넓힐 방침이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를 멀티체인 시대의 지속 가능한 자본 효율성과 거래 안정성을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