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할 때 가장 먼저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기업으로 ‘스트래티지(Strategy)’가 주목받고 있다. 해당 기업은 대표적인 디지털 자산 트러스트(DAT) 구조를 채택해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 전반의 방향성에 따라 생존이 좌우될 수 있는 복합적 자금 구조를 갖고 있다. 타이거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이 회사의 실질적인 파산가격선은 2025년 기준 약 23,000달러로 설정되며, 이는 2023년 당시 약 12,000달러에서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DAT 기업이란 가상자산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유하며 주식 혹은 채권 등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형태의 기업이다. 스트래티지는 2020년부터 BTC를 축적하기 시작했으며, 2023년까지는 보유 현금과 소규모 전환사채를 중심으로 신중하게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그러나 2024년 들어 구조가 급변해 전환사채, 우선주, ATM 프로그램을 결합한 복합 자본 조달 모델로 전환하며 보다 공격적인 레버리지를 활용했다. 이로 인해 BTC 보유량은 빠르게 늘었지만, 부채 역시 가파르게 증대되면서 회사의 재정적 파산 위험도 함께 커졌다.

핵심 위험 시점은 2028년으로 지목된다. 이는 스트래티지가 발행한 대규모 전환사채에 투자자 조기 상환권(Call Option)이 집중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전환사채 투자자들은 만기 전이라도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스트래티지는 수십억 달러 상당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해당 자금이 모두 비트코인에 투자돼 있어 현금 흐름이 거의 없고, 이에 따라 BTC를 대량 매도하는 방식 외에는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2028년 스트래티지가 상환해야 하는 전환사채 규모는 약 64억 달러로 이걸 BTC 매도로 충당할 경우 약 71,000개를 매각해야 한다. 비트코인 가격을 9만 달러로 가정하더라도 이는 현물시장 하루 거래량의 약 20~30%에 해당하는 규모로,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더 나아가 이런 대규모 매도는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이는 다시 스트래티지 자산 가치를 악화시켜 추가 매도를 야기하는 ‘하락 악순환’에 빠질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스트래티지가 만기에 상환 의무가 없는 우선주를 활용해 2027~2028년의 현금흐름 압력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려 했다는 점이다. 약 10%의 높은 배당 조건을 수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배당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대체할 수 있게 설계함으로써 제한적인 현금 유출 하에 자본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BIS 규제상 파산 가능성을 다소 낮췄을 수 있지만,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라는 또 다른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스트래티지는 2020년부터 DAT 실험을 선도적으로 시도해왔으며 하락장에서도 구조적 생존력을 보여준 유일한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자금 구조의 복잡성과 레버리지 의존도는 분명한 리스크 요소이며, 특히 후발 DAT 기업들은 재무적 복원력이나 구조 다변화 수준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DAT 산업 전반은 자본 구조의 설계와 리파이낸싱 전략에 따라 ‘살아남는 기업’과 ‘퇴출되는 기업’이 명확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