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말, 기술 스타트업들이 40배에서 70배에 이르는 매출 배수를 기준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감이 시장을 지배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해의 과열된 분위기는 재무적 건전성보다는 시장의 열광에 기반한 밸류에이션을 양산했고, 결국 그 후폭풍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시 고평가를 받고 과감하게 자금을 유치했던 많은 스타트업들은 끝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소진 속도만 빠른 상황에 몰렸다. 2021년의 조달 기대 수준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높은 고정 비용 구조를 떠안은 이들은 현재 잇단 화의 매각 또는 긴축 조정에 나서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밸류에이션은 오늘날에 이르러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고평가된 기업들이 자금 유치가 멈추자, 이를 메꾸기 위해 비전 전략보다 생존 전략에 몰두하게 됐다는 점이다. 창업자들이 전략적 인수합병이 아니라 최후의 탈출구로 M&A 시장을 찾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들은 성장 가능성을 논하는 기업들이 아니라, 자본 구조가 무너진 채 무기력하게 남은 가치를 정리하려는 기업들이다.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은 성장 지표만을 쫓다가 수익성과 단위 경제성을 무시한 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손익분기점 달성이나 고객당 획득 비용(CAC), 이탈률 등을 철저히 검토하기보다는, 매출 성장과 반복된 투자 유치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현재처럼 지속 가능성이 핵심이 된 시장 환경에서는 이런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런 상황은 오늘날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기 성장으로 주목받는 AI 스타트업들이 아직 제품-시장 적합성을 확보하지 못한 단계에서 조 단위 밸류에이션으로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기술적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시장이 실질적 성과보다 기대에 치우쳐 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이미 과거를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결국 AI 열풍이 정리되면, 진짜 살아남는 기업은 건전한 사업 모델과 재무 통제 능력을 갖춘 곳뿐일 것이다. 이외 기업들은 '다운 라운드'나 대규모 구조조정, 심지어 사업 철수까지 맞닥뜨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창업자들이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우선 시장의 유행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성과 성장 속도를 반영한 현실적인 밸류에이션으로 자금 유치를 진행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탈선 없이 끌고 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한 지속적인 자금 유치만을 염두에 두는 대신, 수익성을 중심에 둔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금 투입을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내부적으로 명확한 수익 구조를 갖춘 기업만이 다음 투자를 유리하게 끌어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부 기대에 편승해 '모멘텀'으로 살아남겠다는 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제품, 반복 구매 가능한 수요, 실질적 가치 제공이라는 3요소가 없다면 단순한 흐름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을 설득할 수 없다.

AI 신생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지금 이 순간이 최근 몇 년간의 과오를 반복할지 아니면 성숙한 성장을 도모할 기회가 될지를 결정짓는 변곡점이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