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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BW 2026 총평 - AI 시대에 블록체인의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

KBW 2026 행사장에서 참가자들이 업비트·기와(GIWA) 부스를 둘러보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 토큰포스트

개인도 AI로 서비스를 만드는 시대…블록체인은 쉽게 활용하고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기술로 답해야

AI로 누구나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작은 팀과 개인도 앱을 만들고, 필요한 정보를 모으고, 반복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그러나 만드는 일이 쉬워졌다고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돈까지 쓰게 된다면 권한과 책임을 확인할 장치가 필요하다. 올해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와 같은 주에 열린 여러 행사에서 생각해볼 과제였다.

첫 일정은 9월 28일 월요일 열린 이스트포인트였다. 해시드가 공동 주최한 별도 행사에서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AI가 새로운 시도의 비용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사람과 돈을 모아 오랫동안 준비해야 했던 일을 이제는 작은 팀과 개인도 빠르게 시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능력도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정확히 말하고 직접 시도하는 쪽으로 넓어지고 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9월 28일 ‘이스트포인트:서울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토큰포스트

그 변화는 KBW 부스 앞에서도 느껴졌다. 방문자들은 API를 물었다. API는 다른 서비스의 데이터나 기능을 가져다 쓰는 연결 통로다. 예를 들어 개인이 AI의 도움으로 투자 정보 앱을 만든다면, 시세와 뉴스를 외부에서 가져오는 기능이 필요할 수 있다. AI를 외부 데이터와 도구에 연결하는 MCP 같은 방식도 활용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을 모두 처음부터 만들지 않고, 이미 있는 기능을 연결해 새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방문자들의 질문에서 이런 변화의 단면을 봤다. 기술을 구경하거나 설명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보려는 관심이었다. 블록체인 기업이 상대할 고객도 넓어질 수 있다. 큰 회사의 개발팀뿐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개인도 기술을 가져다 쓰는 사람이 된다. 업계는 이들이 쉽게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이어진 KBW의 분위기는 지난해와 달랐다. 지난해 팩트블록과 함께 빗썸이 공동주최사로 나섰다면, 올해는 팩트블록 주최 아래 업비트가 프레젠팅 파트너로 참여했다. 금융기관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필자가 돌아본 현장에서는 부스와 방문객이 줄어든 듯했다. 기관의 관심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아쉬움까지 산업의 성숙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실제 서비스 도입과 거래로 이어지는지 봐야 한다.

지난해 본지는 총평에서 큰 인파와 수많은 행사를 평가하면서도, 강연보다 기념품을 받으려는 긴 줄이 눈에 띄는 현실을 지적했다. 올해 필자의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물건도 트럼프 이름을 앞세운 시계와 신발이었다.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그러나 산업의 성과는 행사장에서 무엇을 받아 갔는지보다, 행사 이후 무엇을 만들고 쓰게 됐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KBW 2026에서 받은 트럼프 기념 시계와 운동화를 소개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물.

김서준 대표는 만드는 비용이 낮아진 시대의 또 다른 과제로 신뢰를 짚었다. 그는 “지능이 싸질수록 정말 비싸지는 것은 신뢰”라고 말했다. AI가 일을 잘하는 것과 그 AI에게 돈과 권한까지 맡기는 것은 별개라는 뜻이다. 누구나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될수록 실제로 믿고 쓸 수 있는 서비스의 가치가 커진다.

김 대표가 든 운동화 구매 사례는 이해하기 쉽다. AI에게 15만원 안에서 운동화를 사달라고 맡겼다면 그 한도를 넘겨 돈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누구의 부탁을 받았는지, 주문과 결제가 제대로 끝났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는 이런 권한 확인과 거래 기록을 블록체인이 뒷받침할 수 있다고 봤다. 블록체인의 기회는 AI가 할 수 있는 일을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이 그 일을 안심하고 맡기게 하는 데 있다.

같은 주에 본지가 공동주최한 GWDC 2026 KOREA에서도 실제 사용이 중요한 화두였다. 9월 29~30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토큰 가격이 오르거나 보상을 줄 때만 이용자가 몰리는 서비스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용자가 계속 쓰는지, 불편을 해결하는지, 매출을 만드는지가 중요하다는 주문이었다. AI 역시 이름을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GWDC의 48시간 개발 경진대회에서는 구체적인 시도도 나왔다. AI가 쓰는 컴퓨터 서버 비용을 관리하는 ‘CFO Agent’가 한 트랙에서 우승했다. 사용자가 예산과 허용할 작업을 정하면 그 범위를 벗어난 지출을 막고 판단 과정을 기록하는 시제품이었다. 이스트포인트에서 제기한 ‘AI를 어디까지 믿고 맡길 것인가’라는 문제를 실제 프로그램으로 풀어본 셈이다.

30일 'GWDC 2026 코리아'에서 48시간 해커톤 결선 발표와 시상식이 진행됐다. / 토큰포스트

물론 시제품이 곧 상용 서비스는 아니다. 많은 고객이 이용하는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그래도 해결하려는 문제가 분명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이라는 말보다 AI가 정해진 예산을 넘겨 쓰지 못하게 한다는 설명이 훨씬 구체적이다. 업계가 보여줘야 할 것도 이런 쓸모다.

일반 이용자에게는 더 쉬워야 한다. 해외로 돈을 더 싸게 보내고, 가게가 판매 대금을 더 빨리 받고, 복잡한 절차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이용자는 그 뒤에 어떤 기술이 있는지 몰라도 된다. 지금보다 편해졌다는 것을 느끼면 된다. 업계는 만드는 사람이 쉽게 활용하고, 쓰는 사람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제품을 다듬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용자를 보호하면서 기업이 사업할 수 있는 명확한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김 대표가 정책 관계자들에게 언제부터 할 수 있는지 날짜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역시 법이 만들어지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 지난해 본지가 법제화를 강조했다면, 올해는 기업에도 묻는다. 제도가 갖춰졌을 때 내놓을 서비스가 준비돼 있는가.

올해 서울에 모인 관심과 개발자들의 시도를 실제 사업으로 이어야 한다. 개인의 아이디어가 서비스가 되고, 선보인 시제품이 꾸준히 쓰는 제품으로 발전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해외 고객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 기준은 본지가 참여한 행사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행사의 성적표는 만남의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AI는 더 많은 사람이 만들 수 있게 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그들이 만든 서비스를 믿고 쓸 수 있도록 어디에 기여할지 답해야 한다. 쉽게 연결하고, 안전하게 맡기고, 계속 이용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음 KBW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발표보다 ‘누가 실제로 만들고 쓰고 있다’는 답을 더 많이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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