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 오른 지캐시, 프라이버시 수요는 지속될까?…카이코 리서치, ETF 효과와 위험 분석
카이코 리서치는 지캐시가 금융 프라이버시 수요와 투자 접근성 확대 속에 2025년 초 이후 약 2,076% 상승했고, 현물 ETF 출시 전후 일평균 현물 거래량이 약 3.4배 늘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거래량 증가를 ETF 직접 유입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보안 취약점과 규제 대응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변수라고 짚었다.
지캐시(ZEC)가 금융 프라이버시 수요와 투자 접근성 확대를 바탕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주요 자산으로 부상했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가 공개한 앤드루 양의 2026년 10월 18일 보고서에 따르면, 지캐시는 2025년 1월 1일 이후 약 2,076% 상승했다. 보고서 기준 시가총액은 약 190억달러로 10위에 올랐으며, 그레이스케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전후해 거래소의 일평균 현물 거래량도 3배 이상 증가했다.
상승의 배경에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정보 노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지갑 주소가 개인이나 기업의 신원과 연결되면 누구나 잔액과 자금 이동을 추적할 수 있다. 개인에게는 안전 문제, 기업에는 영업정보 유출, 기관에는 투자 포지션 노출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온체인 금융 활동이 늘면서 ‘프라이버시’가 부가 기능을 넘어 자산 운용의 실질적인 요건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캐시는 2016년 비트코인(BTC) 코드베이스를 바탕으로 출시됐다. 발행 한도 2,100만 개와 4년 주기의 반감기를 유지하면서 영지식 증명을 활용해 송신자와 수신자, 거래 금액을 숨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공개 처리는 선택 사항이다. 이용자는 필요한 거래에만 프라이버시 기능을 적용하고, 조회 키를 감사인이나 규제당국에 공유해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시장의 평가는 오랫동안 부정적이었다. 프라이버시 코인에 대한 규제 압박과 거래소 상장폐지가 이어졌고, OKX도 2024년 1월 지캐시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 가격은 같은 해 7월 약 17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4년 11월 두 번째 반감기로 블록 보상이 1.5625 ZEC로 줄면서 신규 공급 속도가 둔화했다. 보고서는 이를 이듬해 상승에 기여한 요인으로 짚었다.
지캐시 가격은 2025년 9월 초 약 40달러에서 11월 16일 거의 700달러까지 상승한 뒤 약 517달러로 한 해를 마쳤다. 유명 투자자들의 지지도 관심을 높였다. 기업가 나발 라비칸트는 2025년 10월 1일 "지캐시는 비트코인에 대비한 보험"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과 거래 추적이 확대될수록 금융정보를 보호하려는 수요가 별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2026년에는 개발 조직 갈등과 보안 문제가 변동성을 키웠다. 보고서에 따르면 1월 7일 일렉트릭 코인 컴퍼니(ECC) 개발팀 전원이 사임한 뒤 다음 날 가격이 12% 하락했고, 현물 거래량은 약 10억달러로 급증했다. 6월 초에는 비공개 풀에서 탐지하기 어려운 위조 발행을 허용할 수 있는 버그가 공개되면서 이틀 만에 43% 급락했다. 거래량 증가는 매수세뿐 아니라 악재에 따른 매도 집중에서도 나타났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투자자의 매수 경로 확대를 시장 변화의 핵심 요인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2026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지캐시 재단 조사 종결, 4월 로빈후드의 거래 지원, 8월 그레이스케일 현물 ETF 출시를 주요 사건으로 제시했다. 특히 8월 25일 기존 지캐시 신탁의 ETF 전환은 전통 금융시장을 통한 접근성을 넓힌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카이코가 추적한 18개 거래소의 일평균 현물 거래량은 ETF 출시 전 30일간 2억2,900만달러에서 출시 후 30일간 7억7,400만달러로 약 3.4배 늘었다. 지캐시 가격은 출시 직전인 8월 20~24일에만 47% 상승했다. 보고서는 거래소 투자자들이 신규 수요를 예상해 미리 포지션을 확보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 통계에는 ETF와 로빈후드 내부 거래가 포함되지 않아, 증가분 전체를 ETF의 직접적인 자금 유입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거래 확대와 함께 유동성도 개선됐다. 2026년 10월 평균 1% 시장 깊이는 크라켄 약 190만달러, 바이낸스 약 310만달러로 집계됐다. 2025년 9월에는 각 거래소에서 10만달러를 밑돌았다. 시장 깊이는 현재 가격 주변에 쌓인 주문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달러로 측정하는 만큼 지캐시 가격 상승 자체가 수치를 끌어올렸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주요 알트코인과의 거래량 격차도 좁아졌다. 솔라나(SOL)와 리플(XRP)의 거래 활동이 2025년 10월 고점보다 위축된 가운데, 지캐시는 일부 거래일에 두 자산의 거래량을 각각 넘어섰다. 프라이버시 수요와 투자상품 확대라는 개별 동력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2026년 6월 보안 취약점 공개 직후처럼 매도 압력이 거래량을 밀어 올린 사례도 있어, 거래 활성화와 지속적인 투자 수요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금융정보 보호의 필요성은 기관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는 참여자가 자신과 관련된 거래 정보만 확인하도록 설계된 캔톤 네트워크를 비교 사례로 들었다. 캔톤 기반 브로드리지의 환매조건부채권 거래 플랫폼은 2026년 9월 일평균 3,590억달러를 처리했다. 검증된 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캔톤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지캐시는 구조가 다르지만, 거래정보 보호가 금융 인프라의 중요한 요건이라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남은 과제는 보안 신뢰와 규제 대응이다. 비공개 거래는 금융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위조 발행 여부를 검증하는 데 어려움을 더할 수 있다. 보고서는 2027년 유럽연합(EU)의 프라이버시 코인 관련 제한을 향후 접근성을 좌우할 변수로 지목했다. 미국의 우호적인 정책 변화 역시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분석했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향후 지캐시의 주요 관찰 지표로 ETF 자금 흐름, 비공개 처리된 자산 비중, 유럽 거래소의 규제 대응을 제시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가 확인된 만큼, 다음 과제는 이를 안정적인 유동성과 지속 가능한 투자 접근성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지캐시가 상위권 지위를 유지할지는 금융정보 보호라는 효용과 기술·규제 위험을 얼마나 균형 있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도현 기자 




댓글 0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