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50%라는 고율 수입 관세를 부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양국 관계가 심각한 외교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8월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화할 의지가 없는 미국 정상과 직접 회담에 나서는 것은 내게 굴욕”이라고 밝히며,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가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판단이 서면 주저하지 않고 연락할 계획”이라면서도, 지금은 상대가 협의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미국 정부가 브라질산 제품에 일률적으로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정책에 있다. 이는 미국이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관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브라질 정부는 이를 주권 침해 및 비정상적 무역조치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 내부 정치 문제, 즉 쿠데타 모의 혐의를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을 관세 부과 사유와 연결지은 데 대해 룰라 대통령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과 브라질의 관계가 200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즉각 맞대응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신중한 접근을 택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대미 수출이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1.7%에 불과하고, 현재 양국 무역에서 브라질이 적자 상태라는 점을 근거로 지나친 위협 요소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장관급 회의는 계속 유지할 것이며, 보복성 상호 관세는 지금 단계에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일종의 외교적 유연성을 남겨뒀다.
한편 룰라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해 브릭스(BRICS) 회원국들과 공조를 모색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대미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해 다자간 경제 협력을 통해 대응력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브라질 사법부에 간섭하는 양상이라는 점에서 자국 법원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어떠한 외국 지도자도 브라질에 규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관세 문제를 넘어, 양국 정치 지도자 간의 신뢰 부족과 외교 노선 차이가 상호 불신을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앞으로 브라질이 실질적인 무역 보복에 나설지는 미지수지만, 대외적으로는 다자외교 채널을 활용해 미국의 압박에 대한 대응 논리를 구축해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