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을 둘러싼 정세가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특사가 러시아를 방문한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휴전 가능성에 대해 이전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변화는 6일(현지시간)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만난 자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고도로 생산적이며 큰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한 외교 특사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발표한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보다 휴전에 가까워진 것 같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우크라이나와 미국을 세부 협상에서 속이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가 겉으로는 평화에 동의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관철시키려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젤렌스키는 연설 전에도 트위터 대체 플랫폼인 엑스에 글을 올려, 수미주(우크라이나 북동부 접경 지역)의 군부대를 방문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하나의 입장을 공유했다. 전쟁은 반드시 끝나야 하며, 그 과정은 반드시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럽 주요 지도자들과도 통화하며 러시아 측과의 접촉 상황을 공유하고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움직임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의 흐름에 있어 중요한 기점이 될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제재 강화와 군사 지원을 통해 압박을 가해 온 가운데, 러시아가 직접 서방 대표와 대화에 나섰다는 점은 전쟁 피로도가 누적된 현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의 입장 변화와 더불어 실제 휴전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다만, 양측이 언급하는 ‘정직한 종료’의 조건이 서로 다를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외교적 장벽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