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앵무새가 영국 마약조직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면서, 경찰이 조직원 15명을 한꺼번에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범죄를 덮고자 한 일상 속 장면이 오히려 수사망을 좁히는 데 기여한 셈이다.
영국 랭커셔주 블랙풀 소재 경찰은 최근 마약 용의자 아담 가넷(35세)의 자택을 급습해 다량의 헤로인과 코카인을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그의 휴대전화기 속에는 다소 특별한 영상이 담겨 있었다. 영상에는 가넷의 여자친구 섀넌 힐튼(29세)이 키우는 애완 앵무새 ‘망고’가 돈다발을 가지고 노는 공모적인 장면이 있었고, 경찰은 이를 단서로 수사 범위를 넓혔다.
경찰은 힐튼의 휴대전화도 분석했다. 그 안에는 힐튼이 앵무새에게 ‘두 개에 25’(two for 25)라고 말하며 웃는 장면과 망고가 이를 반복해서 따라하는 모습이 녹음돼 있었다. 이 말은 평범하게 들릴 수 있었지만, 현지 마약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코카인 2봉지를 25파운드에 판매한다’는 은어로 널리 쓰이던 표현이었다.
가넷은 이미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음에도, 불법으로 반입한 휴대전화기를 이용해 외부 조직원에게 지시를 내리며 조직을 계속 통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망고가 말한 단서를 포함해 확보된 사진과 메시지 로그, 영상 자료는 경찰 수사에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됐다.
결국 경찰은 가넷과 힐튼을 포함해 총 15명의 조직원을 체포했으며, 이들은 마약 밀매 및 관련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영국 법원은 최근 이들에 대해 총 103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가넷은 조직의 총책임자로서 징역 19년 6개월, 힐튼은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일상 속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사소한 장면도 고도의 수사 기법과 맞물릴 경우 범죄 조직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디지털 포렌식과 비정형 데이터 해석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