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이크로, 2조8천억 전환사채에 주가 급락…AI 확장 승부수 통할까

슈퍼마이크로컴퓨터(Super Micro Computer)의 주가가 2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0% 가까이 급락했다. 회사가 2030년 만기 전환사채(Convertible Notes)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어치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이 전환사채는 일정 조건에서 보통주나 현금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수요에 따라 최대 3억 달러(약 4,320억 원) 추가 발행 가능성이 열려 있다.

AI 서버 시장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은 슈퍼마이크로는 이번 자금 조달의 목적을 성장세 지속을 위한 운전자본 확대와 사업 확장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채 인수자에게서 자사주를 되사들일 목적으로 약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따로 책정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는 이번 조달이 장기 성장을 겨냥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면서도, 전환에 따른 주식 희석 우려가 단기적인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와 함께 함께 도입된 '캡드 콜(capped call)'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이 구조는 전환권 행사 시 주가 희석을 제한하기 위한 복합 금융 전략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슈퍼마이크로 주식과 파생상품을 함께 거래하게 만들 수 있다. 해당 구조를 분석한 구루포커스의 응우옌 분석가는 "이로 인해 전환 시점에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지만, 회사가 향후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슈퍼마이크로는 고성능 서버 제조 분야에서 엔비디아(NVDA), AMD(AMD), 인텔(INTC) 등 주요 칩 제조사의 최신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와 함께 시장에서 'AI 퓨어플레이(Pure Play)' 기업으로 간주되며 올해 주가도 연초 대비 34% 이상 상승한 상태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슈퍼마이크로는 ‘AI 최적화 인프라’ 부문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으며, 전체 매출 중 70% 이상이 이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됐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가 출자한 AI 신생기업 휴메인(Humain)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이는 중동의 AI 인프라 개발 전초기지로 미국 기술력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슈퍼마이크로의 주가는 최근 1년간 기복이 심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회계 부정 의혹과 회계감사인의 전격 사임, 미 법무부 조사가 맞물리며 한때 나스닥 상장폐지 우려까지 불거졌던 것. 당시 기한까지 제출이 미뤄졌던 재무보고서를 극적으로 완성하면서 위기를 일단 넘겼지만, 이후 관세 이슈로 인해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투자자 신뢰에 상처를 입었다.

슈퍼마이크로는 향후 AI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에 편승해 실적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전환사채 발행과 같은 자금 조달 방식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장을 가늠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