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물 출회로 인해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4,000선 아래로 무너졌다.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에 대한 거품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월 2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51.59포인트(3.79%) 하락한 3,853.26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시작한 지수는 장중 한때 3,838.46까지 밀려났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3,850대로 돌아선 것은 전날 미국 기술주의 부진한 흐름과 맞물리며 외국인 매도가 집중된 탓으로 보인다.
이번 하락세는 AI 대표주자인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3.15% 하락한 데 영향을 받았다. 전날만 해도 엔비디아의 실적 기대감에 힘입어 코스피는 4,000선을 돌파했지만, 시장은 실적 발표 이후 나타난 매출 채권 급증에 주목하며 성장 둔화에 대한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런 우려가 퍼지면서 국내 반도체 대표주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8.76%, 5.77% 급락했고, AI 관련주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됐다.
외국인의 투매는 주식시장 전반의 하방 압력을 키웠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8,289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지난 2021년 2월 이후 약 4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반면 개인 및 기관이 각각 2조2,929억 원, 4,955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으로 치솟은 점도 외국인 이탈에 불을 붙였다. 고환율은 외화 환산 수익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외국인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코스닥 시장도 이 같은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27.99포인트(3.14%) 하락한 863.95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81억 원, 791억 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에코프로비엠과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성장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번 급락은 오랜 기간 중시되어 온 AI 투자 기대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판단 전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당분간은 글로벌 기술주 수급 변화와 환율 흐름이 국내 증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AI 성장주 중심의 증시 구조에도 일정한 리밸런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