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1월 21일 장 초반 3% 넘게 급락하면서 3,870대까지 밀려났다. 미국 증시에서 다시 불거진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의 과대평가 논란이 한국 증시에도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9시 21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7.75포인트(3.19%) 하락한 3,877.10을 기록했다. 전날만 해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에 힘입어 1.92% 상승, 닷새 만에 4,000선을 회복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탔지만, 하루 만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투자 심리가 한껏 조심스러워진 모습이다.
전날 밤 뉴욕증시는 AI 붐에 대한 거품 우려가 다시 제기되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6%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77%나 빠졌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 엔비디아조차 3.15% 하락하며 예상 외의 실적 상승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리사 쿡 이사가 “주식, 회사채, 주택 등 여러 자산 가격이 역사적인 기준선보다 높다는 판단”이라며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한 점도 글로벌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는 금리 인상 없이도 자산 조정이 예고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어서 시장에 경계감을 더했다.
국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가 지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7,77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반대로 개인은 6,155억 원, 기관은 1,450억 원 순매수하며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는 1,161억 원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현물 매도세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줄줄이 하락세다. SK하이닉스는 7% 이상 급락하며 52만 원대로 내려섰고, 삼성전자도 전날 ‘10만전자’를 회복한 지 하루 만에 9만 원대로 다시 밀려났다. LG에너지솔루션,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과 전기전자, 의료정밀 업종이 특히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코스닥시장도 비껴가지 않았다. 같은 시간 코스닥지수는 2.45% 빠진 870.12로 하락했으며, 에코프로비엠, 알테오젠 등 시총 상위 바이오·2차전지 종목도 동반 하락 중이다. 다만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는 444억 원 순매수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장은 미국발 기술주 조정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도 외국인 수급과 연동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AI를 비롯한 테마 주에 대한 기대와 경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위축된 투자 심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과열된 종목 정리 과정 이후 거품이 걷히면서 보다 실적 중심의 장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