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말로 접어들면서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 전반을 짓눌렀던 불안 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12월 하순에 접어들며 이른바 '산타랠리'(연말 증시 강세 현상)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환율과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시장 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04포인트(0.65%) 상승한 4,020.55에 장을 마치며 단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본격적인 상승장에 진입했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까지 외국인이 연일 매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결정과 이를 둘러싼 환율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외환시장과 주식시장 모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대로 0.75%로 인상했지만, 엔화는 일시적 강세 예상과는 달리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 그 결과 즉각적인 충격은 없었으나, 이 같은 정책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은 여전히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엔화 약세는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차입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의 지속 여부와 관련돼 아시아권 자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미국 증시에서는 기술주 중심의 강세가 이어졌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0.3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0.88%, 나스닥지수가 1.31% 각각 상승했다. 마이크론의 양호한 실적 발표와 오라클이 바이트댄스와의 합작 소식이 긍정적 투자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전체 기술주 전반에 온기가 퍼지면서, AI 산업에 대한 회의론도 일시적으로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글로벌 흐름은 국내 투자심리에도 도움을 줬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ETF는 1.41%, 신흥시장 ETF는 0.98% 상승했고, 코스피200 야간선물도 1.45%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2.98% 오르며 기술 섹터 전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여전히 원화의 약세와 AI 산업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산타랠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산타랠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단기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켓 리스크 지표와 변동성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등락 중이며, 이는 단기적 위험 회피 신호로 전환될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말을 기점으로 증시 과열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내년 상반기 상승장을 앞둔 매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진입 장벽을 낮추고, 기업 성장에 투자하는 펀드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연말 내내 투자 심리의 진폭을 키우면서 시장의 단기 방향성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불안 요소가 일정 부분 해소되면, 내년 초를 기점으로 보다 안정적 상승장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글로벌 통화정책 변화와 환율 흐름, 기술주 수익성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