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위기를 기회로… '전설의 CEO' 거스너, 향년 83세 별세

루이스 거스너 전 IBM 최고경영자(CEO)가 향년 83세로 별세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파산 위기에 몰렸던 IBM을 구해낸 리더로 널리 평가받는다.

IBM은 28일(현지시간) 내부 발표를 통해 거스너의 별세를 알렸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사내 메일에서 “그의 가장 중대한 결정 중 하나는 IBM을 여러 사업 부문으로 쪼개는 분사를 철회한 것”이라며 “그 판단이 오늘날 IBM의 생존과 재기를 가능하게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IBM은 마이크로소프트,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신흥 IT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정체성과 수익성 모두 무너져가던 시기였다.

거스너는 1993년 IBM에 외부 인사로 영입된 첫 CEO로, 그 전에는 R.J. 레이놀즈 내비스코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경영진을 역임했고, 맥킨지에서도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IBM의 경영권을 이어받자마자 그는 “지금 IBM이 필요로 하는 것은 비전이 아니라 수익”이라며 실용적 경영을 앞세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IBM의 초점을 고객 중심의 통합 솔루션 제공에 맞췄으며, PC 사업 등 비핵심 부문은 과감히 매각했다.

또한 IBM의 기업 체질을 전면 쇄신하며 비즈니스 서비스 중심으로 방향을 튼 것도 그의 결정이었다. 이 시도가 성공을 거두면서 IBM은 한때 시장에서 사라질 뻔한 명성을 되찾았고, 2002년 그가 은퇴할 즈음에는 주가가 부임 초에 비해 800% 이상 상승했다. 침체하던 IBM을 기술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으로 바꾸며, 닷컴버블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끈 일화는 지금도 IT업계의 전설로 회자된다.

그는 교육 개혁에도 열정을 보이며 ‘교육의 재창조(Reinventing Education)’라는 책을 저술하고, 공교육에 IBM 기술을 접목시키는 프로젝트를 주도하기도 했다. 퇴임 후에는 칼라일그룹 회장을 거쳐 2008년부터는 생의 후반을 자선과 사회 공헌에 헌신했다. 그는 보스턴, 뉴욕, 플로리다 등에서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 및 바이오 의학 연구기관 설립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리슈나 CEO는 “그는 단기 실적과 장기 혁신, 두 가지를 모두 꿰뚫는 리더였다”며 “강한 추진력과 동시에 진정한 고객 중심 사고를 가졌던 인물”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거스너의 리더십은 위기에 빠졌던 ‘빅 블루’ IBM에 새로운 정체성과 경쟁력을 부여함으로써, 미국 기업 경영의 모범사례로 후대에 전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