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디지털 금융의 새 시대를 여는 정책 전환에 나섰다. 폴 앳킨스(Paul Atkins) SEC 위원장은 31일(현지시간) 미 전역을 대상으로 시행할 대규모 암호화폐 규제 혁신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를 공식 발표했다. SEC의 이번 조치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미 금융시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청사진으로 평가된다.
프로젝트 크립토는 미국 금융 시스템을 온체인으로 전환하려는 핵심 전략으로, 투자자 보호와 기술 혁신 사이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한다. 앳킨스 위원장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이 자본시장과 최첨단 기술 부문에서의 리더십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규제 회피로 해외로 이전한 암호화폐 기업들을 되돌아오게 만들겠다며, 전 정권 하에서 적용되던 ‘집행 중심의 규제(regulation-by-enforcement)’ 방식을 철폐한다고 못박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방향성 제시에 그치지 않는다. SEC는 암호화폐 유통 방식 전반에 대한 포괄적 프레임워크 마련을 추진하며, 신산업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앳킨스 위원장은 “대부분의 디지털 자산은 미등록 증권이 아니다”라며, 전임 SEC 위원장이었던 게리 갠슬러(Gary Gensler)의 보수적 입장과는 확연히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SEC는 각 자산 유형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분류 기준을 개발 중이며, 시장 참여자들이 법적 해석에 의존하지 않고 인식할 수 있는 자율 규제 기준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블록체인닷컴의 최고경영자 피터 스미스(Peter Smith)는 “SEC가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시장을 수용한다는 건 매우 강한 상승 신호”라고 평가하며 “투자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이 온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비전 선포를 넘어, 암호화폐 산업을 제도권으로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정부 하의 친암호화폐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면서, 유권자와 투자자층 사이 광범위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내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적 신뢰 회복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중요한 정책 전환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SEC의 후속 규제안과 업계의 대응 방향이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