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AI 예산 사상 첫 10조 원 돌파…피지컬 AI·GPU·AGI 전방위 투자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이 2025년 8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미래산업 육성이 국가 재정 운영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내년도 관련 예산으로는 사상 처음 10조 원을 넘는 10조 1천억 원이 배정됐으며, 이는 전년(3조 3천억 원)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정부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AI 분야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예산의 주요 초점은 제조업 기반의 ‘피지컬 AI’ 기술 육성에 맞춰져 있다. 피지컬 AI는 실제 물리적 기기나 제품과 결합돼 작동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말한다. 정부는 특히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 반도체 산업에 AI 기술을 융합하는 이른바 ‘AI 대전환’을 추진하면서, 향후 5년간 총 6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AI 로봇 분야에는 5천510억 원, 자율주행차 실증벨리 조성에는 6천억 원, 완전 자율 운항 선박 기술 개발 지원에는 6천135억 원이 책정됐다. 여기에 AI 가전용 반도체 개발과 자율 제조기술 육성에는 각각 9천973억 원과 2조 원이 투입된다.

지역균형 발전 전략도 함께 추진된다. 지방 산업 특성을 반영해 광주, 대구, 경남, 대전, 전북 등지에 AI 기술 실증과 개발을 위한 지역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연구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각각의 지역은 에너지 모빌리티, 로봇·바이오, 부품 가공, 버티컬 AI, 팩토리 테스트 등 특화된 분야에서 피지컬 AI 기술을 실증하는 중추 역할을 맡는다. 동시에, 바이오헬스, 물류, 주택 등 실생활 밀접 분야 300여 종 제품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AX-스프린트 300’ 사업에 대해선 별도 9천억 원의 예산이 책정돼 정부의 빠른 현장 적용에 대한 의지도 반영됐다.

한편, AI 기술 개발의 토대인 연산 자원 확보와 인재 양성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AI 연산 처리에 필수적인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 예산을 기존 대비 크게 늘려 7조 5천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예산은 고성능 GPU 1만 5천장을 추가 구매하고, 총 5만장 확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그중 3만 5천장은 정부가 직접 조달하고 1만 5천장은 민간이 확보하도록 했다. 아울러 전국 주요 대학에 AI 특화 대학원을 확대 설치하며, 향후 1만 2천 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범용 인공지능(AGI) 기술 개발과 특화형 AI 모델(버티컬 AI) 확보도 병행된다. AGI는 특정 업무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처럼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도화된 AI를 말한다. 이를 위해 민간 주도 연구기업 설립에 200억 원을 투자하고, 버티컬 AI 연구지원을 위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에 전담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이밖에도 혁신 기업 육성을 위한 AI 펀드 지원 및 데이터·클라우드 인프라 확충도 추진된다.

이번 예산안은 산업 기술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정부 인식이 반영됐으며, 대규모 직접재정 투입을 통해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초기 인프라 투자와 민간 협력 구조가 안착할 경우, 한국이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