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기업들의 인공지능 및 개인정보보호 법규 준수를 보다 간편하게 만들기 위해 기존 AI법과 GDPR 규제를 전면 개편하는 입법안을 발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이를 공식 발표하며, 이번 규제 개정으로 오는 2029년까지 최대 50억 유로(약 7조 7,000억 원)의 행정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규제 완화 조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EU 개인정보보호법과 AI법 등에 대해 지나치게 복잡하고 부담이 크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헨나 비르쿠넨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집행부 부위원장은 “EU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경직된 규제 아래에서 혁신할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규제 간소화를 통해 유럽 내에서 기술을 실험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 중 하나는 AI법상 고위험 AI 시스템 규제 시행 시점의 연기다. 기존에는 2026년 8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이를 2027년 12월로 미루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한 중소기업과 소형 상장사에 대한 기술문서 작성 의무 완화 등 규제 예외 조항도 확대된다. 유럽연합은 이와 관련해 연간 최소 2억2500만 유로(약 3,4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이 AI 시스템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 규제 시험환경(샌드박스)에서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해당 접근 권한도 확대된다. 이는 혁신적 AI 기술을 빠르게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추동력이 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기존 GDPR 개정안도 포함됐다. 특히 웹사이트 쿠키 배너와 관련해 사용자 경험을 감소시키는 반복적 동의 요구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핵심이다. 사용자가 한 번의 클릭으로 쿠키 수락을 선택하고, 이를 브라우저 또는 운영체제 차원에서 저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개별 웹사이트마다 쿠키 설정을 반복하는 번거로움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클라우드 사용자가 자신들의 데이터를 손쉽게 다른 서비스로 이전할 수 있도록 정한 데이터법(Data Act)에 대한 보완도 이뤄진다. 유럽연합은 AI 모델 학습을 위한 학습용 데이터 접근권을 확장하고, 클라우드 사업자가 고객과의 계약을 보다 원활히 체결할 수 있도록 표준 계약서 서식을 공표할 계획이다.
끝으로 EU는 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의 다국적 비즈니스 진출을 돕기 위한 통합 디지털 인프라인 ‘유럽 비즈니스 지갑(European Business Wallet)’ 구축도 추진 중이다. 이 플랫폼은 회원국 간 확장을 시도하는 유럽 기업들에게 행정 효율성과 비용 절감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개혁은 유럽 내 기술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미국과 중국 주도의 AI 및 데이터 경제 흐름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