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디지털 자산 규제 법안의 처리를 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가 추진 중인 이 초당적 법안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감독 권한을 명확히 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며, 미국의 금융 혁신을 뒷받침할 포괄적 규제 틀 마련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민감 이슈와 대선을 앞둔 일정이 발목을 잡고 있어 올해 내 표결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특히, 법안이 디파이(DeFi), 스테이블코인, 주식 토큰화 등 민감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어 각 이해관계자의 무게 있는 로비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이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리적 논란도 불거졌고, 이로 인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가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지난주 상원 내 협상이 사실상 멈췄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 팀 스콧 의원은 여전히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간선거가 본격화되는 2026년이 오면, 정치적 혼란으로 법안은 표결 없이 묻힐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법안 지연이 미국 암호화폐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하원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상태지만, 상원은 '부수적 자산(ancillary asset)'이라는 용어 사용 차이 등 세부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최종 합의가 미뤄지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결국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을 어디에 둘 건지를 둘러싼 문제로, 규제 주체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될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될지에도 영향을 끼친다.

암호화폐 업계는 최근 1억 4,000만 달러(약 2,073억 원) 이상을 슈퍼 PAC(정치적 목적의 통합 정치활동위원회)에 기부하며 입법 로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동시에 주요 은행들도 ‘미국 성장 연합(American Growth Project)’을 결성해 수천만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은행 측은 스테이블코인 수익 프로그램 규제를 촉구하며, 암호화폐가 기존 금융질서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반면, 일부 노동단체는 법안이 주식 토큰화를 허용할 경우, 공적 연금과 같은 장기 투자 자산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 교사연맹은 주식 토큰화가 기존의 증권 규제를 우회해 연금의 안전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내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가 제도적 기반 위에 서게 되고,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미국이 규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 주기가 시작되면서 법안의 향방은 더욱 불투명해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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