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심사와 실행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투자 기회를 받아 수익을 챙긴 은행 직원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금융회사의 여신 담당자는 자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높은 공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데, 이번 사건은 대출 업무와 사적 투자 이익이 뒤섞일 경우 어떤 법적 책임이 따르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9단독 박혜림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A(36)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9천만원을 선고했다. A씨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증재 등)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B(44)씨와 C(43)씨에게도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수재는 직무와 관련해 부당한 이익을 받는 행위를 뜻하고, 증재는 그 대가를 제공한 행위를 말한다.
A씨는 충남 천안의 한 은행에서 여신업무를 맡으면서 2020년 투자회사를 운영하던 B씨와 대출 업무를 계기로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추가 대출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보통주 전환 우선주와 전환사채에 투자할 기회를 받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주 전환 우선주는 일정한 조건 아래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우선주이고, 전환사채는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다. 둘 다 일반 예금이나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금융 실무자가 직무상 영향력을 이용해 접근할 경우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
실제 A씨는 이듬해 3차례에 걸쳐 모두 9천700여만원을 투자했고, 그 결과 4천3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B씨 회사는 해당 은행으로부터 93억원을 대출받았다. 재판부는 이런 자금 흐름과 시점을 종합해, 정상적인 개인 투자라기보다 대출 취급과 연결된 대가성 이익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여신 담당 직원이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나 관련 업체와 사적으로 금전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내부통제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대출 취급 이후부터 접촉하기 시작했고, 투자 수익금 명목의 금전이 지급된 시기도 대출 취급 이후라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A씨가 직무의 청렴성을 유지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금품을 제공받았다고 판단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은행권의 대출 권한이 사적 이익으로 연결될 경우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앞으로 금융회사들도 이해충돌 방지와 내부통제 점검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