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클론 시그널 앱, 30분 만에 해킹…국가기밀 줄줄 새나갔다

미국 연방 정부의 통신 보안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고위 당국자들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시그널(Signal)’ 기반의 메시징 앱이 30분도 안 돼 해킹당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당 앱은 시그널을 복제해 개발된 버전으로, 이스라엘 기술업체 텔레메시지(TeleMessage)가 정부 및 민간 기업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가 된 클론 앱은 원래 시그널의 종단 간 암호화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메시지를 자동으로 보관할 수 있게 설계됐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마이크 월츠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내각 회의 중 사용하던 스마트폰 화면이 언론에 포착되며 이 앱의 존재가 확인됐다. 화면에는 ‘JD 밴스’, ‘루비오’, ‘개버드’ 등 다른 행정부 인사들과의 대화 목록이 보여 논란이 됐다. 앱은 겉보기엔 시그널과 유사하지만, 텔레메시지가 코드 일부를 개조한 ‘포크 버전’인 것으로 드러났다.

텔레메시지는 공식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시그널의 보안성과 암호화는 그대로 유지한 채, 모든 수신 및 발신 메시지를 보관 서버로 복사 저장한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실제 사례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보안 전문 매체 404미디어는 해당 클론 앱이 해킹돼 미 국경세관 보호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 그리고 복수의 금융기관의 데이터가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 간 가상자산 규제 법안에 대한 논의 일부도 외부에 노출됐다.

이번 침해 사고에서는 행정부 각료의 직접적인 메시지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보관 서버로 전송되는 데이터가 완전히 암호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관련 서버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호스팅 중이며, 버지니아 북부 리전에 위치한 엔드포인트를 통해 운영되고 있었다. 404미디어는 클론 앱의 소스코드를 역분석해 이를 확인했으며 서버가 여전히 작동 중임을 직접 요청 테스트를 통해 검증했다.

해커는 텔레메시지 시스템을 해킹하는 데 2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업체에 관심을 갖고 단순한 호기심 차원에서 침투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적으로 제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회사가 덮으려 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조차 이렇게 쉽게 들어갔다는 건, 누군가는 이미 이전부터 시스템에 접속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보안 허점이 드러나며 텔레메시지의 대응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회사는 미 국무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여러 정부 기관과도 계약을 맺고 있어, 여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텔레메시지 CEO 가이 레빗(Guy Levit)은 404미디어의 질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정부의 데이터 보관 의무와 통신 기밀성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일부 고위 당국자들이 공식 시그널 앱으로 군사 작전 관련 내용을 교환한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그보다 낮은 보안 수준의 의사 메시징 앱이 도입되면서 미국 내 안보 체계 전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