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엔비디아 GPU로 세계 최강 슈퍼컴퓨터 구축… AI·양자 기술 도약 노린다

대만이 엔비디아(NVDA)의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며, 인공지능(AI), 기후 과학, 양자연구 분야에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 이 슈퍼컴퓨터는 기존 ‘Taiwania 2’ 시스템 대비 AI 성능이 8배 이상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스템은 엔비디아의 최신 HGX H200 시스템에 1,700개 이상의 GPU를 탑재하고, GB200 NVL72 시스템 2대와 Blackwell Ultra 플랫폼 기반의 HGX B300 시스템을 갖췄다. 이들 장치는 엔비디아의 '퀀텀 인피니밴드' 네트워크로 연결돼 고성능 연산을 지원한다. 대만 국립고성능컴퓨팅센터(NCHC)는 이를 토대로 정부 기관, 학계, 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AI 프로젝트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슈퍼컴퓨터는 대만의 기술 주권 확보와 글로벌 AI 리더십 확보를 위한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NCHC 첸 차오리앙(Chau-Lyan Chang) 원장은 “이번 시스템은 주권 AI, 양자 컴퓨팅, 과학 계산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끌 것”이라며, “국가 기술 자립성과 범분야 협업을 촉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만은 자국 고유 언어와 문화 맥락을 반영한 생성형 AI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TAIDE’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언어 모델을 만들고 있으며, 교육부와 문화부, 지방정부, 언론사 등 공공 분야 데이터 제공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AI 챗봇은 학생 교육, 공공 서비스, 의료 현장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타이난 대학교 교수는 대만어와 영어로 소통하는 교육용 AI 로봇을 도입해 2,000명 넘는 사용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의료 분야에서는 TAIDE 모델 기반으로 구축한 챗봇이 건강관리 담당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대만 질병관리청도 뉴스 요약 AI로 감염병 확산 추적에 활용하고 있다.

기후 과학 분야에서도 엔비디아의 기상 예측 플랫폼인 'Earth-2'와 AI 모델 'FourCastNet' 등이 도입돼, 기존 저해상도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슈퍼컴퓨터 도입으로 보다 정밀한 시뮬레이션과 예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자 기술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CUDA-Q’ 플랫폼과 ‘cuQuantum’ 라이브러리를 적극 활용해, 양자 기계학습, 화학, 암호학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784큐비트 수준의 양자 회로 시뮬레이션에 성공하는 등 기록적인 연구 성과도 나왔다. NCHC는 향후 엔비디아의 ‘DGX Quantum’ 시스템까지 도입해 하이브리드 양자 컴퓨팅 환경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번 슈퍼컴퓨터 사업은 단순한 하드웨어 성능을 넘어서, 대만의 AI·기후·의료·교육·양자 분야 전반의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려는 국가적 전략이 집약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슈퍼컴퓨팅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주권 AI와 기술 독립을 둘러싼 논의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