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본사를 둔 AI 기반 게임 애니메이션 스타트업 레이턴트 테크놀로지(Latent Technology)가 시드 투자로 800만 달러(약 115억 2,000만 원)를 유치하며 차세대 물리 기반 실시간 애니메이션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레이턴트 테크놀로지는 기존 게임 애니메이션의 틀을 깨겠다는 목표 아래, 사전 정의된 동작이 아닌 실제 물리 조건과 신경망을 결합한 ‘생성형 물리 애니메이션(Generative Physics Animation)’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접근 방식은 캐릭터가 게임 환경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유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며, 정형화된 애니메이션 시퀀스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핵심이다.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호르헤 델 발(Jorge del Val)은 “기존 AI 기술이 작업 효율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우리는 그보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게임 경험을 만들고자 한다”며 “게임 캐릭터와 오브젝트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앨비언VC(AlbionVC)와 스파크 캐피털(Spark Capital)이 공동 주도했으며, 루트 벤처스(Root Ventures)와 얼루미니 벤처스(Alumni Ventures)도 참여했다. 투자금은 현재 비공개 베타로 운영 중인 핵심 엔진 ‘레이턴트 비헤이비어 엔진’과 생성형 모델 ‘피닉스(Phoenix)’의 상용화를 가속하는 데 사용된다.
피닉스는 해당 분야의 토대 모델로, 생성형 물리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가장 진보된 시스템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은 소수의 지시만으로도 개발자가 즉시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자율적 동작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며, 별도의 프리렌더나 수작업 애니메이션 없이도 정교한 상호반응을 가능케 한다.
AI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게임 개발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레이턴트의 기술은 고품질 제작과 예산 절감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소해줄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AAA급 게임 제작 비용은 연평균 8%씩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수익 성장세를 앞질러 게임사들에게 더욱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레이턴트는 향후 두 건의 테크 데모를 추가 발표해 실시간 애니메이션의 효용성을 사례 중심으로 입증할 방침이다. 델 발은 “기술력을 증명하는 데 집중했던 지난 2년을 넘어, 이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개발자 친화적인 제품으로 만들 시점”이라며 “기술 데모는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제공돼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구현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를 이끈 앨비언VC의 세바스찬 헌트(Sebastian Hunte)는 “레이턴트의 기술은 미래 게임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생성형 콘텐츠가 콘텐츠 제작을 혁신한 것처럼, 레이턴트는 애니메이션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레이턴트는 6명의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연내 두 배로 인력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 시연을 위한 프로토타입은 제작 중이며, 전면적인 게임보다는 기술력을 시각화하는 ‘쇼케이스’ 형태로 공개될 예정이다.
델 발은 “기존에는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들어갔던 작업이 이제는 단 몇 개의 지시만으로 현실적인 동작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실시간 상호반응이 가능한 캐릭터 덕분에 플레이어는 단순한 조작을 넘어선 몰입감 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기존의 단순한 진화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게임 세계를 만드는 데 도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