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심 연구소, 인간 뇌 닮은 슈퍼컴퓨터 도입…AI 연산 새 시대 연다

뇌의 작동 원리를 모사한 슈퍼컴퓨터가 미국의 주요 국립 연구소에 배치되며, 차세대 인공지능(AI) 연산 시대의 문을 열었다. 독일의 신경모방 슈퍼컴퓨팅 전문 기업 스핀클라우드 시스템즈(SpiNNcloud Systems)는 5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에 자사의 ‘스핀네이커2(SpiNNaker2)’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 안보를 위한 첨단 기술 인프라 강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샌디아 국립연구소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이 운영하는 연구개발기관으로, 특히 미 핵무기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스핀네이커2 배치는 이곳의 정보처리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새로운 전환점으로 주목된다.

스핀네이커2는 지난 2024년 5월 처음 공개된 세계 최초의 상용 신경모방 슈퍼컴퓨터다. 이 시스템은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에 착안한 구조로 설계돼, 수백 개의 저전력 프로세서를 병렬로 구동함으로써 고성능 AI 연산을 극도로 효율화하는 것이 강점이다. 해당 기술은 ARM 아키텍처 설계의 창시자인 스티브 퍼버 박사가 구축한 스핀네이커1의 후속작으로, 기존 GPU 기반 시스템 대비 더 낮은 전력으로 효과적인 연산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에 설치된 시스템은 약 150만~180만 개의 뉴런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며, 전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큰 규모의 신경모방 컴퓨팅 인프라다. 샌디아 연구소의 신경과학 및 AI 전문가인 크레이그 M. 빈야드 박사는 “GPU가 병렬 연산 성능에서는 뛰어나지만, 스핀네이커2는 에너지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이라며 이번 도입의 의미를 설명했다.

스핀네이커2는 하나의 서버 보드마다 48개의 스핀네이커2 칩을 탑재하고, 칩 하나하나에 152개의 ARM 기반 코어와 전용 가속기가 내장돼 있다. 이러한 고도로 병렬화된 구조가 이벤트 기반 신호처리를 가능케 하며, 전력 소비는 최소화하면서 복잡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핀클라우드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헥터 A. 곤살레스는 “우리는 뇌에서 영감을 받은 슈퍼컴퓨터를 통해 차세대 방위산업과 AI 시대를 이끄는 혁신을 목표로 한다”며 “스핀네이커2는 국가 안보가 요구하는 고밀도 연산 환경에서도 그 효율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핀클라우드는 향후 생성형 AI(Generative AI) 알고리즘 최적화에도 이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동적 희소성(dynamic sparsity)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기존 칩 기반 머신러닝이 가진 비효율을 개선하고, 한층 진화한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 기술 도입은 국가 안보, 에너지 기술 개발, 신소재 연구 등 고도화된 계산 능력이 필요한 공공영역 전반에 걸쳐 신경모방 컴퓨팅 기술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