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AI 수요 폭증에 분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하지만 주가는 숨고르기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브로드컴(AVGO)이 2025 회계연도 2분기 실적에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호조에도 불구하고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약 4% 하락하며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났다. 특히 지난 두 달간 주가가 78% 급등한 만큼 투자자들이 실적 발표 후 숨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브로드컴은 이번 분기 순이익으로 49억 7,000만 달러(약 7조 1,600억 원)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21억 2,000만 달러(약 3조 500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1.58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56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매출은 150억 달러(약 21조 6,000억 원)를 기록하며 역시 시장 컨센서스(149억 9,000만 달러)를 상회했다.

브로드컴의 실적 호조는 무엇보다 AI 반도체 사업의 견조한 성장에서 비롯됐다. AI 관련 매출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난 44억 달러(약 6조 3,400억 원)를 기록했으며, 3분기에는 이보다 더 많은 51억 달러(약 7조 3,500억 원)를 예고했다. 이처럼 가파른 증가세는 자사 최신 네트워크 칩 ‘토마호크6’ 시리즈 등 AI 액셀러레이터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제품군의 수요가 높았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Hock Tan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3개 주요 고객사와 4곳의 잠재 고객사가 맞춤형 AI 칩 구축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며 “이들과의 협력이 향후 수년간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3대 고객사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GOOGL) 등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로, 자사와 고객의 AI 인프라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반도체 솔루션 부문에서의 매출도 84억 달러(약 12조 1,000억 원)로 전년대비 17% 증가하며 전망치를 넘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인수한 VM웨어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사업 매출도 66억 달러(약 9조 5,0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

최근 Melius Research는 브로드컴을 ‘꼭 가져가야 할 AI 주식’으로 지목하며, 특히 고성능 제품부터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경쟁사와의 차별화 요소로 꼽았다.

3분기 가이던스도 긍정적이다. 브로드컴은 이번 분기 매출을 약 158억 달러(약 22조 7,500억 원)로 제시했으며, 이는 월가 예측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AI 산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브로드컴이 앞으로도 AI 인프라 성장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단기 과열됐다는 인식 속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전반적인 실적 흐름과 전망은 여전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브로드컴의 성장 모멘텀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