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프가 반한 스타트업, 포스트호그 1조 넘어섰다

개발자를 위한 제품 분석 도구로 출발한 포스트호그(PostHog)가 최근 눈에 띄는 투자 성과를 끌어냈다. 선도적인 핀테크 기업인 스트라이프(Stripe)가 주도한 이번 시리즈 D 투자 라운드에서 포스트호그는 7,000만 달러(약 1,008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 9억 2,000만 달러(약 1조 3,248억 원)를 인정받았다. 설립 이래 누적 투자액은 약 1억 700만 달러(약 1,536억 원)에 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투자의 출발점이다. 스트라이프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이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에 포스트호그 웹사이트에 대한 칭찬을 남긴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짧은 언급 이후 포스트호그 측은 스트라이프와 접촉했고, 이례적인 만남을 계기 삼아 양사는 긴밀한 논의를 이어갔다는 것이 공동 창업자 제임스 호킨스(James Hawkins)의 설명이다. 페이팔 마피아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트위터 한 줄로 이뤄진 투자 사례로 기록될만한 대목이다.

포스트호그는 오픈소스 기반의 고객 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처음에는 제품 분석에 특화된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고객 관련 소프트웨어 전반을 통합하는 ‘고객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코드 작성 초기 단계부터 개입해 개발자가 데이터와 제품 전반을 통합적으로 추적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총 14개의 모듈형 제품군을 통해 AI 기반의 자동화 도구까지 선보이고 있다.

포스트호그의 핵심 전략은 단일 플랫폼을 통한 고객 데이터 통합이다.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 웨어하우징부터 생성형 AI에 이르기까지 전 개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리즈 A부터 포스트호그에 투자해 온 GV(구글 벤처스)의 크리스탈 황(Crystal Huang)은 “분절된 개발 솔루션의 연결 고리를 포스트호그가 매끄럽게 통합하고 있다”며 “AI를 통해 개발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이들이 시장을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투자는 포스트호그가 급성장 중임을 방증한다. 현재 회사는 수익성은 없지만 연간 반복 매출(ARR)이 수천만 달러 규모에 달하고 있으며, 연간 3배 이상의 성장률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객사로는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에어버스(Airbus), 일레븐 랩스(Eleven Labs) 등 기술 중심의 유망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최근에는 ‘Max AI’라는 오픈 베타 형태의 AI 플랫폼도 출시하며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스트라이프는 올해 들어 포스트호그 외에도 경비 처리 스타트업 램프(Ramp)의 1억 5,000만 달러(약 2,160억 원) 규모 세컨더리 딜에 참여했고, 최근엔 암호화폐 지갑 업체 프리비(Privy)를 인수하는 등 투자와 인수에 연이어 나서고 있다. 현재 프라이빗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인 915억 달러(약 131조 7,6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보유한 스트라이프는 활발한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핀테크 시장 전반에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포스트호그는 향후 고객 데이터와 관련된 모든 SaaS 툴을 포함하는 풀스택 서비스로 확장한 뒤, 이를 AI로 완전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투자와 함께 그 비전은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기업 고객 중심의 SAAS와 생성형 AI 시장이 결합하는 접점에서 포스트호그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