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 나블라(Nabla)가 시리즈 C 투자 라운드를 통해 7000만 달러(약 1,008억 원)를 신규 조달하면서, 임상의 업무를 넘은 *에이전틱 오토메이션(agentic automation)* 영역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한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독일 벤처캐피탈 HV캐피탈이 주도했고, 하이랜드 유럽, DST 글로벌 등 주요 글로벌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캐세이 이노베이션과 빌드 콜렉티브도 함께했으며, 누적 투자금은 총 1억 2,000만 달러(약 1,728억 원)에 이른다. 회사 가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시리즈 B 당시 1억 8000만 달러로 평가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된 나블라는 의료진의 업무를 보조하는 생성형 AI 어시스턴트를 개발해왔다. 이 기술은 진료 중 의사 대신 내용을 기록하고 환자 보고서를 자동 생성하는 기능으로, 현재 전 세계 130개 이상 헬스케어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임상 문서 작성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여 의료진 번아웃을 완화하고, 환자와의 소통 시간을 늘려 만족도까지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나블라는 단순한 문서 자동화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임상 과정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예컨대 실시간 보험 청구 오류를 감지하는 코딩 보조 도구, 과거 의료 기록에 기반해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서 직접 조처할 수 있는 콘텍스트 인식형 에이전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간호사와 병동 스태프를 위한 기능 역시 고도화될 예정이다.
알렉스 르브룅(Nabla CEO)은 “기존의 임상 어시스턴트가 높은 정확도와 신뢰성을 인정받은 덕분에, 이제는 AI가 진료 문서를 넘어서 실제 임상 수행에 직접 개입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잡한 임상 환경 속에서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접 조치를 취하고 판단까지 내리는 ‘작동하는 인공지능’으로 진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블라가 이처럼 에이전트형 AI에 무게를 두게 된 데에는 최근 반년 새 경험한 급격한 성장세가 있다. 회사에 따르면, 같은 기간 매출이 5배 이상 증가했으며, 자사 솔루션을 사용하는 의료진은 전 세계 8만 5,000명을 돌파했다. 이 중 미국에만 2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집중돼 있다. 연간 2,000만 건 이상 환자 진료 사례가 기록되고 있으며, 특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 병원과 아동 전문 병원에서 쓰임새가 높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투자사 측도 이러한 성장성과 임상 현장 내 신뢰도에 주목했다. HV캐피탈의 파트너 알렉산더 요엘-카르보넬은 “AI 분야에서 이처럼 빠르게 상용화를 이뤄낸 기업은 드물다”며 “나블라는 단순한 기술 스타트업을 넘어, 정교한 임상 알고리즘을 실전 수준에서 구현한 팀”이라고 평가했다.
임상의에 ‘AI 비서’를 제공하던 나블라가 이제는 ‘AI 동료’로의 진화를 예고하면서, 의료 기술 분야에서의 AI 역할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