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크업계 감원 쓰나미… AI가 일자리 앗아간다

미국 기술 업계의 감원 바람이 2025년에도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만 해도 미국 내 기술 기업에서 최소 4,141명이 해고됐고, 올해 전체 누적 해고자는 이미 수만 명에 달한다. 특히 이번 주에는 세일즈포스(CRM)가 4,000명을 감원하며 가장 두드러졌다. 회사 측은 고객지원 인력을 AI 기반 자동화 솔루션으로 대체한 결과라고 밝혔다.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9,000명이 담당하던 업무를 이제는 5,000명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히며, AI 도입으로 인한 인력 축소를 직접 인정했다. 회사는 “AI 도입 이후 고객지원 요청 대응 수가 감소하면서 기존 인력의 일부를 대체해왔다”고 해명했다. 이미 지난 6월 그는 AI가 전체 업무의 30~50%를 수행 중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알파벳(GOOGL)의 자회사인 베릴리(Verily) 역시 의료 기기 부서 폐쇄와 함께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는 알파벳이 AI 투자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면서 기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일환이다. 한편 숏폼 영상 플랫폼 틱톡의 경쟁자를 자처하던 이커머스 스타트업 플립(Flip)은 최근 문을 닫았다. 2019년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약 2억 3,900만 달러(약 3444억 원)의 투자를 받았으나, 자금 조달 실패와 시장 경쟁 심화로 사업을 중단했다.

테크 업계 해고 추세는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에는 약 9만 3,000명이 해고됐고, 2023년에는 그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난 19만 명 이상이었다. 2024년에도 9만 5,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 들어서도 감원 행렬은 계속되고 있으며, AI 도입과 경기 둔화, 투자 감소 등이 그 핵심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가장 큰 감원 규모를 기록한 기업은 인텔(INTC)로 1만 5,000명을 줄였다. 그 뒤를 테슬라(TSLA, 1만 4,500명), 시스코(CSCO, 1만 150명) 등이 이었다. 특히 AI와 관련된 기술 자동화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이유로 인력을 줄이는 주요 도구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테크 업계의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특히 자금 여유가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들은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속해서 감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벤처 자금이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기존 밸류에이션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안으로 비용 절감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AI 기술이 기존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자동화 바람이 저임금 소득층에 국한됐다면, 지금의 AI는 고급 전문직까지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지형 전체의 전환 국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