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시 18조 효과' 주장…학계·업계 '과장됐다' 반론

정부가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허용할 경우 약 18조 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과장됐다는 반론이 업계와 학계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구글이 지난 9월 9일 서울에서 가진 간담회이다. 당시 구글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이 한국의 공간정보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긍정 효과를 설명하며 관련 논문을 인용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정부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정밀 지도 제공을 허용하면, 국내 산업에서 5년간 약 18조 4천억 원의 매출과 3만 7천여 개 일자리가 새로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치 산정 방식과 논리적 비약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안종욱 안양대학교 스마트시티공학과 교수는 논문이 언급한 수치는 국토교통부의 국가승인통계와 글로벌 리서치 기관들의 자료를 근거 없이 단순 비교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특히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한 경우 ‘12.49% 매출 성장’과 ‘6.25% 고용 증가’를 추정한 방식이 여러 국가의 일반적인 성장률을 그대로 대입한 결과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실적 기반 없이 가정만으로 추산된 수치라는 것이다.

이어 국내 산업이 반출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조차 4%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출 허용 시 예상되는 수치와의 차이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반론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연구에서 인용된 ‘그랜드 뷰 리서치’는 한국의 공간정보산업 성장률을 연 17.8%로 예측했는데, 이는 반출 여부와 상관없이 제시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논문에서는 반출 불허 시 성장률로 4.31%만을 적용해 결과를 왜곡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구글이 비교 사례로 꼽은 일본, 대만, 싱가포르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들 국가는 모두 자국 내에 구글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이에 따라 지도 데이터 제공 환경과 기술 인프라가 다름에도 단순 비교한 것은 무리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지도 API 제공 분야에서 구글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국내 기업 및 소상공인들이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구글 API는 무료 제공 한도가 낮아 호출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한편, 구글은 정부 요청에 따라 향후 위성 이미지에서 보안 시설을 가림 처리하고, 좌표 정보를 비공개로 설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는 11월 11일에는 구글이 요청한 1:5,000 축척의 국가기본도 반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협의체 회의도 예정돼 있어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정부의 데이터 주권 정책과 디지털 주도권 확보 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한 기술 개방 논쟁에 그치지 않고, 국가 안보, 산업 주도권, 글로벌 기업과의 협상력 등 여러 측면에서 복합적인 고려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