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힘입어 ICT 수출 11.1%↑…8월 기준 사상 최대 기록

지난 8월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출이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역대 8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 등이 글로벌 수요를 견인하면서, 한동안 침체됐던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회복세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9월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ICT 수출액은 총 228억7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1% 증가했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151억1천만 달러를 기록해,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보통 차세대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산업은 전 세계 제조업 경기와 직결되는데, 최근 AI·클라우드 인프라 확대에 따라 관련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미국의 통상 압박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수출이 늘었다는 점이다.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중국 수출 규제 및 고율 관세 정책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한국산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이를 상쇄했다. 특히 서버·데이터센터용 고사양 반도체가 활발히 거래되면서 이번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 품목에서는 수출 부진이 이어졌다. 8월 디스플레이 수출은 전년 대비 9.4% 줄었고, 휴대전화는 15.4%, 컴퓨터 및 주변기기는 16.6%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와 전장(車內 전자기기)용 수요 상승의 영향으로 통신장비 수출은 1.8% 소폭 증가해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이는 ICT 산업 내 제조 분야 간 경쟁력 격차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입 측면에서도 AI 확산의 여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같은 달 ICT 제품 수입액은 125억3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7.6% 증가했는데, 이 중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입이 2천만 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249.1% 급증했다. GPU는 AI 연산에 필수적인 장비로, 전 세계적인 데이터 처리 수요 폭증과 관련이 깊다.

이 같은 수출입 흐름 속에서 8월 ICT 분야 무역수지는 103억4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ICT 산업이 여전히 우리나라 경상수지에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전체 경상수지는 107억8천만 달러 흑자로 집계돼 27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수출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CT 분야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AI 기반 산업 수요가 확대되면서 관련 인프라 장비에 대한 수출 호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글로벌 경기 불안,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통상 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수출지형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