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이달 들어 연일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면서, 전체 상장 종목 중 약 10%가 52주 신고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금융, 식품, 조선 등 주요 업종 전반에 걸쳐 강세 흐름이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9월 들어 12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245개 종목이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상장 종목 2,660개의 약 9.2%에 달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9거래일 연속 상승해, 지난 12일 기준 종가 3,395.54를 기록하며 전날 최고치였던 3,344.20을 큰 폭으로 넘어섰다.
이번 증시 강세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인공지능(AI) 투자 붐, 그리고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이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낸 긍정적인 실적 전망이 AI 인프라 투자 증가 기대를 자극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주가 급등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9거래일 연속 상승해 9월 12일 장중 32만9,5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삼성전자와 그 우선주 역시 각각 7만5,600원, 6만9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와 함께 금융주도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재조명됐다. 특히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이 현행 50억 원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기대감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부국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등 금융주들도 각각 52주 고점을 기록했다. 한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 마케팅을 진행한 농심을 비롯해 삼양식품 등 식품주들도 외국인 수요 증가 기대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했다.
이밖에도 미국과의 조선 협력 프로젝트(MASGA)에 따른 수혜 기대감 속에서,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조선 관련 종목들도 잇따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증시 활황에 힘을 보탰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반도체 중심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AI 시장 확장에 따른 수요 증가 전망과 더불어 미국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가 지속되면, 관련 종목의 추가 상승 여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국내 비(非)반도체 업종의 실적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과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기적으로는 코스피가 고평가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조정 가능성에 대비한 보수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