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흘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승을 주도하는 종목은 대형 기술주에 집중되면서 대형주와 소형주 간 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9월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3,153.95에서 3,421.29로 8.5%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형주는 6.2%, 소형주는 4.1% 오르는 데 그쳤다. 이처럼 대형주의 상승 폭이 소형주의 2배를 넘어서면서 시장 내부의 양극화 현상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지수 전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통합해 산출하는 KRX TMI 지수를 보면, 중대형 TMI가 8.3% 오른 반면, 소형은 6.5%, 초소형은 3.5% 상승에 그쳤다. TMI는 전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세 구간으로 나뉘며, 중대형은 상위 94%를, 소형은 94~99%, 초소형은 나머지 1% 미만을 포함한다.
투자 자금이 대형 기술주에 집중되는 이유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에서는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그 영향은 국내 대형 기술주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52주 신고가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KRX반도체지수는 이달 들어 15.9% 급등해 전체 코스피 상승률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이외에도 방산, 조선, 금융 업종의 대형주들도 상승 흐름에 편승하며 주요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대형주와 달리 중소형주는 경기 회복세 불확실성과 기업 실적 개선의 지연 등으로 인해 상승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급등세가 실질적인 기업 가치보다는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주주환원 확대나 자본시장 구조 개선 기대감에 뿌리를 두고 있어, 투심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주에 더 집중되는 양상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형주 쏠림 현상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심리가 작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중소형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는 최근 AI 관련 대형주 중심의 매수세가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며, 중소형주로도 수급이 이동하는 양상이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하 기대와 실적 추정치가 맞물려 대형주 쏠림 현상이 강화되는 가운데, 시장의 추가 상승 여력이나 변동성이 커질 경우 방어적 성격을 갖춘 중소형주가 다시 주목받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대형주의 질주가 계속되더라도 중소형 종목들의 상대적 반등 여지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