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로 크게 위축됐던 국내 증시가 최근 코스피 지수의 연이은 사상 최고치 경신을 계기로 거래 활기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9월 들어 주식 거래량은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23조7천997억 원으로, 8월에 비해 5.0% 증가했다. 특히 증시가 오랜 박스권(횡보 장세)을 벗어난 시점인 9월 10일부터는 거래가 급증했는데, 10일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전날보다 17.3% 오른 29조590억 원을 기록했다. 이튿날인 11일에는 31조 원을 넘어서며, 이후에도 30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위축되었던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장주인 삼성전자, 2차전지, 인공지능 관련 대형주들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코스피 지수가 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넘기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주요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 외에도 코스닥과 넥스트레이드 시장에서도 거래 활성화가 나타났다. 9월 10~12일 사이 넥스트레이드는 전주 대비 51.1%, 코스닥은 29.2% 거래대금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시에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증권계좌에 보관된 투자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9월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났는데, 11일 기준 총예탁금은 71조118억 원으로 전달 말보다 7.1% 증가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당장의 대규모 매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상승세 이면에는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대기자금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데, 12일 기준 대차거래 잔고(공매도 대비 지표)는 105조2천16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의 주가 상승에 거품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고, 향후 금리나 정책 방향에 따라 급격한 반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전망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정책 안정성과 금리 인하 가능성을 들어 연말까지 지수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하는 반면, 현대차증권은 지수의 상승과 함께 변동성 지표도 오르고 있어 조정 국면 진입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기대가 꺾일 경우 주가 하락(셀온) 우려도 존재한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증시가 순차적으로 강세를 보인 만큼, 투자 자금이 돌아가며 움직이는 흐름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기술주와 인공지능 중심의 기대감이 국내 증시를 지지하고 있지만, 향후 금리, 환율, 기업 실적 등의 요소가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