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산업 자립을 목표로 설립된 기업 '라피더스'에 출자하려는 민간 기업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르면 연내 투자 협의를 마무리하고, 내년 3월까지 신규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2022년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등 일본의 주요 대기업 8곳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첨단 반도체의 국내 생산 기반 마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초기 투자금은 약 73억 엔(한화 약 693억 원) 수준으로 출발했지만, 국가 차원의 전략 사업으로 지정되면서 민간 및 공공 투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에 따르면, 혼다, 후지쯔, 캐논, 교세라, 후지필름 홀딩스, 홋카이도전력을 포함한 20여 개 기업이 라피더스에 출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각 기업이 검토 중인 투자 규모는 최소 5억 엔에서 최대 200억 엔(약 47억 원~1,897억 원)에 이르며,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총 출자 기업 수는 약 30곳에 달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일본의 3대 메가뱅크인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도 2027년 4월 이후 일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최대 2조 엔(약 19조 원)의 대규모 융자 계획을 라피더스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반도체 공장 건설 및 연구개발(R&D)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라피더스는 현재 홋카이도 지토세에 2나노미터(㎚, 10억 분의 1미터)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8년 3월 이전 양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추가로 제2공장을 지어 2029년 이후에는 양산 기술 한계에 도전하는 1.4나노 제품 생산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라피더스 프로젝트에 총 2조9천억 엔(약 27조5천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이 사업을 ‘국가 기술 주권 확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라피더스는 2032년 4월까지 약 7조 엔(약 66조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중 1조 엔(약 9조5천억 원)은 민간 출자를 통해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민간 기업이 대거 참여하면 자금 조달 면에서는 유리해지지만, 기업 수가 늘어날 경우 주주 간 의견 조율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은 구조적 과제로 남는다.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기술 경쟁의 핵심 분야로, 일본은 라피더스를 통해 대만 TSMC나 미국 인텔 등과 경쟁 가능한 생산 능력 확보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일본 내 반도체 생태계 재건의 마중물이 될 가능성이 크며, 민관 협력의 성공 여부에 따라 국가 전체의 기술 주권 확보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