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의 주가가 중국 당국의 수입 제한 조치로 하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으로 개발한 AI 칩의 판매가 막히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시간 9월 17일,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정오 기준으로 전일보다 3.02% 하락한 169.56달러에 거래되며, 6거래일 만에 170달러 선 아래로 밀려났다. 당일 하락세는 중국이 자국 내 기업에 대해 엔비디아 AI 칩의 테스트 및 구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 직후 본격화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등 주요 IT 기업에 엔비디아의 ‘RTX 6000D’ 칩 도입을 중단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칩은 중국 수출 규제에 대응해 엔비디아가 낮은 성능으로 설계해 중국 시장용으로 개발한 제품으로, 주로 인공지능 추론 작업에 활용된다.
일부 중국 대형 기술 기업들은 이미 이 칩의 테스트에 들어갔으며, 수 만 개 단위로 주문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국의 지시 이후 관련 작업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미국 정부가 고성능 AI 칩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한 이후, 엔비디아는 RTX 6000D처럼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전용 제품을 설계해 중국 시장에 공급해 왔다.
최근 유럽을 순방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국가가 우리를 원해야 시장에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황 CEO는 “이 상황은 실망스럽지만, 미국과 중국 간에는 이보다 더 복잡하고 중요한 이슈들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과거에도 미국의 수출 통제 여파로 중국향 AI 칩 수출이 중단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H20' 칩의 대중국 판매가 금지됐고, 이후 7월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수출 재개가 논의됐지만 실제 출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 조치로 중국 내 AI 산업에서의 입지 확장을 노렸던 엔비디아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흐름은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및 기술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역시 이러한 긴장 속에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