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스템 정상화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는 피해 복구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나, 핵심 전산 설비가 완전히 소실되면서 핵심 업무 기능의 상당수가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사고는 지난 9월 26일 오후 대전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리튬이온배터리 이전 작업 도중 화재가 발생했고, 불길은 무려 22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 사고로 국가 주요 전산 시스템 647개가 한꺼번에 멈췄으며, 일부는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주요 부처별 1등급 업무 시스템도 다수 포함돼 국민 생활서비스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전산실에는 고위험 리튬이온배터리가 밀집 설치돼 있었으며, 서버 간 간격도 불과 60㎝에 불과할 정도로 조밀한 환경이었다. 화재진압이 늦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튬배터리는 물에 노출되면 추가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급수 진압이 어렵고, 실내 구조가 복잡해 화재확산 속도를 막기 어려웠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화재가 발생한 당시, 국정자원관리원은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2022년 성남 SK C&C 화재)를 계기로 리스크 분산을 위한 배터리 이전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배터리 이전 작업 중 배터리에 불이 붙는 사고가 일어나며, 화재 예방 조치가 되레 화재를 일으킨 역설적인 결과가 초래됐다. 전체 시스템 중 96개는 전소됐으며, 이들 대부분은 복구에만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긴급 대응 차원에서 해당 기능을 대구 국정자원센터로 이전, 클라우드 방식 시스템 복구를 개시했으나 작업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단순 정전으로 중단된 551개 시스템은 순차 복구 중이나, 현재까지 복구율은 약 15%에 그치고 있다. 시스템 재가동 이후에도 일시적인 접속 불안이나 데이터 유실이 이어지고 있어 안정적인 복구는 아직 요원하다. 특히,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사용하던 공유 저장소(G드라이브)는 백업 시스템이 없어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경찰은 이번 화재 사고의 원인 규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국정자원관리원 직원과 배터리 작업 시공사 관계자 등 4명을 업무상 과실로 입건했고, CCTV 영상 분석과 현장 감식을 통해 배터리의 작동 상태 및 관련 작업 절차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감식 결과에 따라 추가 입건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시설 복구를 넘어, 국가 전산 인프라의 구조적 재정비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부 부처 전산 시스템의 분산 배치와 클라우드 확대, 고위험 장비의 안전관리 강화가 이번 사태의 교훈이 될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보다 투명하고 신속한 조사가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